[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한국과 미국이 상호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데 전격 합의했습니다. 양국이 무역 갈등 악화를 막고 공급망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지만,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는데요. 특히 이번 조정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전 '제로(0%) 관세' 상태에서 되레 15%로 높아진 셈이어서, 식품과 뷰티업계에서는 여전히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최악은 피했지만 정상은 아니다"라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산업 전반에 퍼지고 있죠.
FTA 무력화된 15% 관세…"완전한 정상화 아니다"
정부는 지난달 말 한미 통상장관 회담을 통해 고율 관세를 둘러싼 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양국은 3개월 전 미국이 FTA 상의 협정 이행을 문제 삼아 상호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갈등이 본격화됐고, 관련 업계는 수출 물류 차질과 매출 급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번 합의로 관세율은 25%에서 15%로 낮아졌지만, FTA 체결 전 '0% 관세'가 원칙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역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예전과 비교하면 낮아진 것이지만, FTA 이전으로 돌아간 상황이라 실질적 부담은 여전하다"라며 "관세뿐 아니라 통관 지연, 라벨링 기준 강화 등 비관세 장벽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식품업계 "수출 복구 요원…단가 인상 불가피"
즉석식품·스낵류·건강기능식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식품업계는 여전히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은 K-푸드의 주력 수출지이자 매출 볼륨이 큰 지역이지만, 지난 3개월 간 관세 폭탄으로 수출길이 사실상 막혔습니다. 일부 업체는 계약 자체가 무산됐고, 유통 파트너사로부터 '가격 재협상' 요구도 받았는데요.
A식품 수출 담당자는 "이번 관세 인하로 숨통은 트였지만, 이미 끊긴 바이어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라며 "15% 관세는 여전히 가격경쟁력에 치명적인 수준"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특히 단가 경쟁이 치열한 식품 수출 시장 특성상,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도 어렵습니다. 업계에서는 "원가 인상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상황"이라며 "소규모 중소기업은 수출 포기를 고민하는 수준"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K-뷰티 직격탄…중소 브랜드 "미국 철수 검토"
뷰티업계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온라인 기반으로 미국 직진출을 해온 중소 브랜드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죠. 통관 비용이 늘어난 데다 현지 유통사들도 관세 부담을 이유로 거래 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있어, 일부 브랜드는 판매 중단이나 미국 시장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B코스메틱 관계자는 "클린 뷰티·비건 인증 등 규제가 강화되며 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15% 관세가 추가되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이미 미국 현지 물류 창고 운영을 중단한 곳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간 K-뷰티는 미국 시장에서 트렌디하고 가성비 좋은 이미지로 자리 잡았지만, 이번 관세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시장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특히 프리미엄 라인이 아닌 대중 라인의 타격이 커, 신흥 중소 브랜드들의 연쇄 도산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관세 장벽도 여전…정부 후속 대응 시급"
무역 협상이 일단락됐지만, 업계는 비관세 장벽 문제도 함께 해결돼야 실질적 정상화가 이뤄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최근 미국 내 식품안전기준 강화, 원산지 증빙서류 추가 제출 등 절차적 복잡성이 커지면서 통관 지연이 반복되고 있죠. 이는 재고 부담 증가와 유통기한 문제로 직결돼 수출 업체의 고충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한 뷰티 브랜드 관계자는 "현재도 미국 아마존에 입점한 상품들이 통관 지연으로 배송까지 2~3주씩 걸리는 상황"이라며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면 플랫폼에서의 랭킹도 급락해 회복이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중소기업 중심의 수출 업체를 위한 관세 환급 지원, 수출보험 확대 등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합의가 종결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인식 하에, 추가 협상 테이블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죠.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단기적 혼란 수습에는 효과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FTA 체결 취지와 배치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상호 무관세라는 기본 원칙이 정치적·산업적 판단에 따라 손상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성의 계기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의 매출 증가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관세 인상으로 한국 제품도 기존의 무관세 혜택에서 벗어나 15% 부담을 지게 되며 단기적으로는 뷰티·식품 업계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주요 수출국들이 모두 동일한 조건 아래 놓이게 되면서 미국 시장 내 경쟁 환경은 오히려 평준화됐다"며 "이를 계기로 시장 다변화와 전략적 대응을 강화한다면 브릭스 등 신흥 시장 공략을 통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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