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기, 15% 관세에 직수출 부담…하청은 원가 압박 우려
불확실성 해소엔 긍정적…가격 경쟁력 약화 고심
철강·구리·알루미늄 기업은 어려움 여전
자동차 부품업계, 한숨 돌렸지만 원청 협상 고비
미국 시장 진출·투자에 긍정적 시각도
2025-07-31 17:17:44 2025-07-31 19:01:18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이번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을 피해 한시름 놓았다는 반응입니다. 그러나 기존에 없던 관세를 새롭게 물어야 할 수출 기업들은 앞으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인데요. 직접 관세를 물지 않는 내수 하청 기업의 경우도 원청 기업의 영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31일 미국의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이 확정되자 중견·중소기업들은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드디어 제거됐다며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수출 환경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확보됐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줄곧 관세 협박이 잇따르면서 우리 기업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며 대비책 마련에 고심해왔는데요. 기업들은 확정된 관세율을 바탕으로 경영 전략을 다시 세우고 미뤄뒀던 투자와 사업 진행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앞서 상호관세가 25%까지 올라가면 수출 경쟁력을 잃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종 15%로, 예상보다 10%포인트 낮춰지면서 일단 현장에선 대책 마련이 가능한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철강, 구리, 알루미늄 품목에 대해서는 50% 관세율이 유지됐고, 반도체는 품목관세 부과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관련 기업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는 못합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철강, 알루미늄, 구리 품목을 생산하는 국내 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가 세심하게 들여다봐서 기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31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으로 15%의 관세를 내게 되는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통상 환경의 변화가 예상된다"며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철강을 활용한 제품을 많이 만들고 있는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완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15%여서 다행이지만 철강이 문제"라며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 일본과 같은 15%의 관세율을 적용받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그동안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을 해왔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생활 필수 품목으로 분류돼 그동안 관세를 물지 않았는데 이번 협상으로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사가 일본, 유럽 기업인데 이전에 관세를 내던 기업들과 똑같은 관세율을 적용받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의 조건이 더 나빠지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자동차 부품에 대한 품목관세는 지난 5월3일(현지시간)부터 25%로 부과되다가 이번 협상을 계기로 15%로 줄어들었습니다. 약 3개월 만에 상황이 나아지게 된 것인데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측은 "기존 한미 FTA 체결 조건과 비교할 때 일부 아쉬움은 있으나 최근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관세 부담이 여전히 중소, 중견 부품엄체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협상 확정 이후 이들 부품 기업은 완성차 업체와 1차 협력사, 2차 협력사, 3차 협력사 등과 부품 가격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들의 원가 절감에 대한 압박 등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위평량 위평량경제사회연구소장은 "하청업체가 당연히 원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출 기업들이 관세의 부담을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반영을 할 것이라고 본다"며 "직수출을 하는 기업의 경우에도 대미 관세가 15% 붙으면서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들 중 자동차 부품업체가 받는 영향이 클 것이다. 대기업이 하청 쪽으로 생산 원가를 낮추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반대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판을 짤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이번 관세 협상과 대미 투자 항목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거나 미국 기업에 투자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고 봐야 한다. 조선이 가장 많이 거론되는데 이번 협상을 계기로 조선산업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견련 관계자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 있겠지만 이번 협상을 계기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기업도 나오게 될 것"이라며 "해외로 나가는 중견기업이 많이 생길 것 같다. 브랜드를 붙여서 합작회사를 만들거나 독자적인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현지 부품기업과 협력 관계를 잘 맺으면 공급망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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