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두 번째로 입성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기 행정부의 경험을 토대로 주요 의제를 임기 초반 '속도감' 있게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두 번을 초과해 대통령이 될 수 없는 미국 수정헌법 제22조에 따라 재선 대통령으로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데요. 임기 2년이 지나면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4년 전 '트럼프 지우기'에 나섰던 것처럼 트럼프 당선인 역시 취임 첫날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대표하는 행정명령을 대거 발동시켜 본격적인 '바이든 지우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백악관을 찾아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트럼프 2기, 1호 의제 '이민'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부터 100건에 달하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s)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바이든이 한 거의 모든 것을 무효화할 수 있다"며 "첫날 그중 많은 것이 무효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요. 트럼프는 최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비공개 미팅에서도 약 100개의 행정명령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1호 의제'로는 단연 '이민' 정책이 꼽힙니다. 취임 첫날 과제로 이른바 '타이틀42' 부활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타이틀42는 트럼프 1기 시절인 지난 2020년 3월 시행된 보건 관련 연방법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전염병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이민자 추방·입국 차단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대량 추방' 역시 행정명령 1순위 의제로 꼽힙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군을 동원해서라도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엄포를 놨는데요.
국경 장벽 건설도 예측 가능한 조치 중 하나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 당시 멕시코와 맞닿은 자국 남부 국경을 따라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길이만 3145㎞에 달하는 미국판 '만리장성'입니다.
실제 2017년 취임 직후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지만 임기 내 건설을 완수하지 못한 채 바이든 행정부에 정권을 넘겼습니다. 트럼프의 반이민 책사인 스티븐 밀러는 최근 공화당 의원들에게 관련 행정명령 구상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바이든 '친환경' 지우기…'관세폭탄' 초읽기
친환경으로 대표되는 바이든 대통령의 '그린 정책' 뒤집기도 취임 당일 예상되는 행보 중 하나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피닉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취임 첫날 에너지 생산에 관한 바이든의 모든 제한을 끝내고 그의 '미친 전기자동차' 의무화를 종료하고 천연가스 수출 금지를 취소하고 잠재적으로 전 세계 (매장량) 최대인 알래스카의 국립야생보호구역(ANWR)을 다시 열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명령들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화석연료'로 대표되는 석유 시추 등 에너지 생산 확대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연방정부가 소유한 토지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작업도 허가할 예정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이달 미국 연안에서 신규 원유·가스 개발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취임 첫날 뒤집겠다"라고 반박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아름다운 단어'로 지칭해 온 '관세'에도 이목이 쏠립니다. 취임 당일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예고해 왔는데요.
다만 관세와 관련해서는 무분별한 시행이 자칫 인플레이션을 조장해 미국 경제에도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도 행정부 내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단계별 관세 부과를 통한 속도 조절과 선별 관세로의 선회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이 밖에 취임 첫날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행정명령으로는 연방정부 공무원 고용 동결과 인력 감축, 1.6 국회의사당 폭동 연루자 사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조처, 트랜스젠더 군대 추방 등이 거론됩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정치는 국회가 발목을 잡는다고 하지만 미국 정치는 사법부·입법부·주정부까지 대통령 멱살을 잡고 흔든다"며 "친환경 정책들을 후퇴시키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연방의회를 정식으로 통과한 법안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아 환경·화석연료 분야는 제한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민 정책 등은 바꿀 수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항시적 소송 대상인 만큼 이미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분야들도 있어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내용들로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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