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5차 중동전쟁'으로 치달았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467일 만에 막을 내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목전에 두고 세계정세의 '지각 변동'이 본격화되는 모양새인데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1000일을 넘긴 전쟁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중대 기로'를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차 정상회담까지 거론됨에 따라 세계정세가 급변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15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휴전 발표에 환호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자지구 전쟁 15개월 만에 휴전 및 인질 석방에 전격 합의했다고 중재국인 미국과 카타르가 이날 공식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취임' 하루 전…중동 휴전 '발효'
15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중재한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카타르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예루살렘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의 휴전은 총 3단계로 이행할 예정입니다. 우선 6주간의 1단계 휴전 기간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일부 철수하고,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33명을 우선 석방합니다. 2단계에 접어들면 하마스는 인질 중 남은 생존자를 모두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재소자를 추가 석방,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합니다. 3단계에서는 사망한 인질의 시신을 송환하고 국제사회 감시 아래 3~5년간 가자지구 재건에 착수합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은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행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외교가에서는 이들의 휴전 협상 타결 시기에 주목합니다. 지난 2023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에서 시작된 이번 전쟁의 휴전은 오는 19일 발효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20일 취임을 하루 앞둔 시점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휴전 협상에 대해 "하마스가 받아온 극심한 압박과 레바논 휴전 및 이란 약화 이후 지역 변화뿐만 아니라, 끈질기고 고된 미국 외교의 결과이기도 하다"며 "나는 이 일을 성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번 휴전 협상에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기여도와 관련한 질문에 "이번 합의안은 내가 지난해 5월에 제안했던 안과 거의 흡사하다"면서도 "합의안은 다음 행정부에서 시행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은 다릅니다. 그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 장대한 휴전 합의는 오직 우리의 역사적인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로 인해 가능했다"며 "그것(대선 승리)은 내 행정부가 평화를 추구하고, 모든 미국인과 동맹들의 안전을 확보할 합의를 협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전 세계에 줬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러시아부터 북한까지…'키' 쥔 트럼프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고 나면 세계정세의 지각변동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기조는 대중국 견제인데, 외교적으로 1순위 협상 대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우크라이나전의 '취임 후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해왔는데, 현재는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6개월 내'로 늦춘 것으로 알려집니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 상반기 중에는 우크라이나전을 매듭지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전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대중국 전략 경쟁 구도 속에서 트럼프 2기는 러시아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의 종전안을 푸틴 대통령이 받아들이고 이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용하면 종전도 가능해진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의 지원 없이는 전쟁을 이어갈 수 없는만큼 우크라이나전의 키는 트럼프 당선인이 쥐고 있다는 겁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크렘린궁 보좌관도 지난 14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협상에서 러시아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서방 국가와는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난 푸틴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난 아주 빨리 만날 것이다. 난 더 일찍 만났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취임을 (먼저)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2순위 협상 대상은 북한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 전 원장은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이 미국으로서는 안보에 더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며 "북·미 관계 정상화라는 큰 틀에서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13일 국회 현안보고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의 '스몰딜' 협상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측이 북한의 비핵화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핵 동결이나 군축 협상 방식으로 4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은 대북 업무를 맡는 특별임무 담당 특사에 리처드 그레넬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에 북·미 협상 경험자인 알렉스 웡을 임명해놓은 상태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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