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작심삼일…해악 알면서도 중독성 때문
미국은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으로 규정…전문가·약물 도움 필요
2020-02-25 06:00:00 2020-02-25 0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직장인 A씨는 지난달 새해를 맞아 금연을 결심했다. 하지만 매년 많은 애연가들이 다짐에만 그치고 실패하는 것처럼 A씨에게도 목표 달성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30대 후반을 향하는 나이에 몸 상태가 예전같지 않다는 깨달음에 시작된 A씨의 금연은 직장 10년차의 만성피로와 업무 스트레스에 또 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담배 속에 포함된 많은 유해 물질들 때문에 흡연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흡연자들은 쉽게 담배를 끊지 못한다. 중단했다가도 다시 피우는 일을 반복한다. 매년 흡연자가 담배를 끊기를 희망하지만 실제로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은 15%에 불과하며,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이보다도 훨씬 더 적은 비율이다. "담배 끊는 사람이 가장 독한 사람 중의 하나다"라는 우스갯 말이 생겨날 정도로 금연을 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과거 국내에서 흡연은 단지 개인적, 사회적 습관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전문가들은 담배를 중독(의존)을 일으킬 수 있는 향정신성 약물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마약 중독이 인간에게 미치는 폐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중독성이나 결과 면에서 볼 때, 담배 역시 다른 마약에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흡연과 마약을 함께 사용한 중독자들은 한결같이 마약을 끊는 것보다 담배를 끊는 것이 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마약 중독보다 담배에 의한 니코틴 중독이 더 헤어 나오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흡연의 만성적인 경과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흡연을 만성 질환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얼마 전 미국 정부는 흡연을 만성 질환으로 규정하면서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이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관리할 것을 권하고 있다. 흡연자들은 다른 만성질환자와 마찬가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필요시에는 약물 치료나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흡연이 미치는 악영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그 주위에 있는 사람의 폐는 최소한 43가지의 발암 물질에 노출돼 있고,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져 만성 저산소증 현상을 일으킴으로써 모든 세포의 신진대사에 장애가 생길 뿐 아니라 노화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금연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중요하고 즉각적으로 건강에 이득이 된다. 이는 흡연관련 질병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적용된다. 
 
김도훈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흡연자들은 종종 왜 금연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금연하는지를 알려 달라고 말한다"라며 "금연의 왕도는 없지만, 금연성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역시 개인의 강한 의지와 전문가의 도움 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단 금연을 결심하면, 금연 시작일을 정하게 되는데, 이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라며 "금연 시작일로는 향후 한달 이내에 특정일을 정해야하는데 이는 시작 일을 너무 먼 미래로 정하면 결심을 바꾸고 그를 정당화시키는 시간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아직 금연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오늘 달력을 펼쳐 한 달 이내의 날짜에 동그라미를 하고, 금연시작일로 확정하는 것을 권한다"라고 조언했다. 
 
많은 이들의 담배의 해악성을 알면서도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는 중독성 탓이다. 때문에 흡연을 만성질환으로 인정하고 전문가나 약물의 도움을 받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사진/고대 안산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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