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자동차 업계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지엠과 쌍용자동차 노조가 대조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과 계속된 대립 속에 자사 브랜드 차량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선 반면, 쌍용차 노조는 자구노력 방안에 합의하면서 상생에 나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19일 제9차 교섭을 가졌다. 8차 교섭 이후 37일만에 대화가 재개됐지만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별 소득 없이 종료됐다.
노조는 기본급 △5.65% 인상(12만3526원·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은 통상임금의 250%(약 1020만원) △격려금 650만원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현재 경영 상황 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한택 노조 지부장은 교섭에서 “지난해 교섭에서 사측은 수익성 회복 등을 언급했지만 이런식으로 경영해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면서 “제대로 경영을 하려면 현장 밑바닥부터 봐야 하며, 앞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장 퇴진 운동, 수입차 반대 조직 투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엠이 최근 출시한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모습. 지난 3월말 서울모터쇼에서 두 모델이 공개된 모습. 사진/한국지엠
노조는 오는 24~27일 부분파업을 하며, 30일에 차기 쟁의대책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24일을 전후해 카허 카젬 사장의 퇴진과 수입차 불매운동 전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불매운동 대상은 최근 출시된 픽업트럭 ‘콜로라도’, 대형 SUV ‘트래버스’ 등 미국에서 들여와 판매하는 차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임팔라’, ‘카마로’, ‘이쿼녹스’, ‘볼트EV’도 수입·판매되는 모델이다.
다만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지엠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수입 라인업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고 콜로라도, 트래버스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양측 간 신뢰가 없기 때문에 노조도 지금 ‘더 받아 내야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면서 “이를 감안해도 자사 브랜드 모델을 불매운동하겠다는 것은 결국 회사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쌍용차 노조는 사측과 지난 19일 복지 중단 및 축소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선제적인 자구노력 방안에 합의했다. 노사는 회사의 비상경영 상황에 공감대를 이루면서 지난달 27일부터 긴급 협의를 시작했고 최종 합의를 도출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달 10년연속 무분규 교섭타결에 이어 19일 자구방안에 합의했다. 사진/쌍용차
노사 합의의 주요 내용은 △안식년제 시행(근속 25년 이상 사무직 대상) △명절 선물 지급중단 △장기근속자 포상 중단 △의료비 및 학자금 지원 축소 등 22개 복지 항목에 대한 중단 또는 축소 등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번 자구계획은 노사가 회사의 경영 체질개선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지속성장 가능 기반을 공고히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 전 부문에 걸친 근본적인 채질개선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강도 쇄신책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예병태 쌍용차 대표도 최근 유럽 지역 출장길에 올라 현지 판매를 점검하고 수출 확대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는 지난달 16일 올해 임금협상에 합의하면서 10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갔다. 또한 임원 20% 축소 및 임원 급여 10% 삭감 조치를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의 경우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자동차와 비교해 노조리스크가 없어 위기극복에 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 대표도 “노사 간 충분한 공감과 대화를 통해 마련된 선제적인 자구노력은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공고히하는 원동력이자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협력적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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