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한국관광공사 등 13개 기관이 '미흡' 이하의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2년 연속 '미흡' 평가를 받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10개 공공기관장에게도 일괄 경고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반면 최고 등급인 '탁월(S)'을 받은 기관은 올해도 없었습니다. 이재명정부는 오는 9~10월 새 정부 기조가 담긴 '공공기관 경영평가 수정편람' 평가 기준을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향후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에 대한 물갈이 요구도 심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에너지 공기업 '우수'…HUG, 2년 연속 '미흡'
기획재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기근 2차관 주재로 '제6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조치(안)'를 심의·의결했습니다. 이번 평가는 공기업 32곳과 준정부기관 55곳 등 총 87개 기관을 대상으로 재무실적·생산성 등 기관 운영의 효율성과 사회적 책임 등 공공성 실적을 기준으로 이뤄졌습니다. 특히 지난 2월 평가가 개시된 만큼, 전임 정부인 윤석열정부의 평가 잣대가 적용됐습니다.
평가는 총 6단계로 나뉘며 탁월(S), 우수(A), 양호(B), 보통(C), 미흡(D), 아주미흡(E) 순입니다. 이번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기관은 15곳, B등급 28곳, C등급 31곳, D등급 9곳, E등급 4곳이 각각 받았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번 평가에서 에너지 공기업 평가가 두드러졌다는 점입니다.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한 한국수력원자력은 2년 연속 A등급을 받았고, 4년 만에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한국전력공사는 A등급으로 전년보다 평가가 한단계 올랐습니다. 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과 준정부기관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교통안전공단 등도 각각 A등급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B등급은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28곳이 받았습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평가에서 D등급이었는데, 국제 에너지가격 안정 등으로 2024년도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점이 재무성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강원랜드,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31곳은 C등급이었습니다.
D등급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한석탄공사 등 9곳이었으며 E등급은 한국관광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4곳이었습니다. 특히 HUG의 경우 2년 연속 D등급을 받아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이 됐습니다. 곽채기 공기업평가단장는 "주택보증사업 수행에 있어서 보증사고 예방성과 관련 지표 득점률이 33.95%에 불과하다"며 "기관이 전략적으로 위험관리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익적 역할과는 별개로 전략적 리스크 대응에 실패한 약점이 올해도 D등급을 벗어나지 못한 핵심적인 원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석열정부 '알박기'에…경영평가 기준 대폭 손질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되면서 향후 여권 내 공공기관장 물갈이 요구도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이번 경영평가 결과로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에 포함되는 공공기관은 1곳뿐이지만, 윤석열정부 말기에 임명된 인사들을 포함해 전체 공공기관장 중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경우가 사실상 70%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정부 등에 따르면 전체 공공기관장 331명 중 현재 공석인 기관장은 19명입니다. 법적 임기가 종료된 기관장도 21명뿐입니다. 현직 공공기관장 가운데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인사는 130명으로, 공석 기관장을 제외하면 전체 기관장의 41.7%에 달합니다. 또 임기가 1∼2년 남은 공공기관장은 91명(29.2%)입니다. 재임 중인 공공기관장 10명 중 7명이 1년 이상 임기를 남겨 놓고 있는 셈입니다.
여권 내에선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에 대해 전방위 사퇴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정권이 바뀌어도 기관장이 남는 구조는 공정하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에 신영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대통령 임기 종료 6개월 전부터 기업·준정부기관의 기관장·감사·이사에 대한 신규 임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는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전임 정부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이번 경영평가는 평가 시기와 구성, 지침 모두 윤석열정권 아래서 이뤄진 것으로,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다음 달부터 경영평가 지침 수정작업에 착수해 이르면 오는 9~10월 중 새 방침을 내놓을 계획으로, 올해 성과를 판단할 내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은 대폭 개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정기획위원회가 공운위를 기재부에서 분리해 별도 운영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내년 공공기관 평가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현재 여권에서는 경영평가 기능을 가진 위원회를 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권한을 기존 기재부에서 각 주무 부처로 이관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습니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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