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 능선 넘은 선거법, 양당독재 막을까
정당득표·의석수 연동해 '민심 반영' 의회 구성…본회의 통과까진 험로
2019-05-01 06:00:00 2019-05-01 06:00:0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면서 내년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기초한 새 선거제도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부터 본회의 의결까지 향후 넘어야 할 관문이 만만치 않다. 여야가 수많은 어려움을 뚫고 새 선거제를 적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새 선거법에는 정당득표율이 의석에 영향을 미쳐 '민심'이 의회 구성에 반영되도록 했다. 소수 정당의 의회 진출 기회가 많아지고, 유권자가 속한 권역을 대표하는 비례대표가 배출되는 점도 기존 선거제와 다르다.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것 또한 큰 변화다. 당대표 등 권력자의 사천 도구로 악용됐던 비례대표 공천의 투명성도 법적으로 강화했다.
 
새 선거법의 또다른 특징은 다당제 지속을 위한 법적 기틀을 확보한 점이다. 다당제는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정치 혼란이 가중돼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을 견제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한국당에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의석수를 확보하며 범여권이 절대 과반이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희석되고, 독재정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새 선거법이 현실화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최대 330일 이후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90일, 본회의 부의 60일 등이 소요된다. 다만 상임위별 안건 조정제도와 국회의장 재량 등을 적용해 각 단계별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최대로 줄이면 180일만에도 처리가 가능하다. 이 경우 10월25일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서 법안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선거법 패스트트랙이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수(150명) 출석에 출석의원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새 선거제 도입으로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의원들의 반란표가 나올 경우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본회의 표결은 인사 관련 의안이 아니라면 기명 표결이 원칙이어서 의원들이 당론에 반하는 투표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일단은 우세하다.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한국당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선거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내년 총선 전까지는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거구 획정 등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역구가 사라지는 의원들의 반발, 범여권 연대에 대한 여론의 추이, 각 당의 지지율 추이 등에 따라 여야 4당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간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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