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첫 해외순방지인 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3개국 6박7일 순방을 마치고 16일 귀국했다. '신남방정책'의 내실을 다지고 돌아온 문 대통령에겐 북미 비핵화 협상 중단이라는 '외환'과 민생경제·미세먼지 등 '내우'가 기다리고 있다.
17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부터 이틀간 별도의 일정은 잡지 않고 여독을 풀면서 다양한 국내외 현안을 점검한다. 오는 1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업무에 공식 복귀할 예정이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100주년 기념사 등을 통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북미관계 교착상태를 푼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미국은 '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5일 평양에서 가진 긴급 외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북한의 '비핵화 궤도이탈' 엄포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염두에 두고 협상력을 올리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이 딱히 협상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감정싸움만 반복할 경우 한반도 상황이 비핵화 협상 이전상태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최 부상은 "미국의 동맹인 남조선은 중재자가 아니다"라면서 '중재자·촉진자'를 자임하는 우리 정부 역할에 의문부호를 던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최 부상이 정확하게 무슨 발언을 했고, 발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각도로 접촉해서 진의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지만, 우리 정부에겐 북미교착 상태를 푸는 것에 못지않게 흔들리는 남북관계 점검도 시급해진 모양새다.
국내 문제로는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 민생경제와 미세먼지 문제 등이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로 떨어졌고, 국정수행 평가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게 나왔다. 국민들의 민생경제와 미세먼지에 대한 불만과 실망이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문 대통령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지역경제투어'를 재개하고, 다양한 경제주체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며 경제활력 챙기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말 외국계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개최를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16일 아세안 순방을 마치면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순방의 성과가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미세먼지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 위원장에 위촉하는 등 범정부적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월 서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했고, 지난 7일에는 야외에 대형 공기정화기들을 설치하는 구상을 밝혔다.
또 일반인도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고, 모든 학교가 의무적으로 공기정화설비를 설치하도록 예산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만큼 외교적 노력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3개국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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