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BNK금융지주(138930)가 회장의 연임을 한 차례로 제한한다.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횟수를 한 차례만 허용해 장기 집권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국내 금융지주 중 대부분이 대표이사 회장의 나이만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연임 횟수를 제한한 사례여서 금융권과 금융당국의 이목을 끌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은 최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대표이사 회장의 연임 횟수를 한 차례로 명문화했다.
BNK금융은 지금까지 회장의 나이 또는 연임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기존 지배구조 내부규범에는 이사의 임기를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며 연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최근 개정을 통해 '대표이사 회장은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로써 BNK금융 회장의 임기는 최장 6년으로 제한된다. 최초 선임 시 3년 임기를 부여받은 뒤 한 차례 연임하더라도 3년 이내에서 임기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를 비롯해 지방 금융지주 중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횟수를 제한하는 것은 BNK금융이 처음이다. 경쟁사인
JB금융지주(175330)의 경우 회장의 나이를 비롯해 연임 횟수에 대한 제한이 없으며
DGB금융지주(139130)는 회장의 나이를 만 67세로 제한하고 있다. 만 67세를 초과할 경우 선임 또는 재선임을 금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BNK금융이 CEO의 '장기 집권'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연임 횟수를 제한한 것으로 보고 있다. BNK금융 전임 회장인 성세환 전 회장은 엘씨티 특혜대출을 비롯해 채용비리 혐의 등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다.
부산지검 특수부(박승대 부장검사)는 최근 2015년 부산은행이 이영복 엘씨티 회장에게 300억원을 특혜대출한 혐의 등으로 성 전 회장을 기소한 상태다. 이에 따라 과거 부산은행 채용비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형을 받고 항소를 준비 중인 성 전 회장은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실제로 성 전 회장에 이어 BNK금융 회장으로 선임된 김지완 회장은 지난 2017년 9월 취임이후 가장 먼저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지주 회장이 전횡을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기존에 지주 회장이 겸임해왔던 부산은행장과 은행 이사회 의장 자리를 모두 분리해 지주 회장에게 집중됐던 권력을 분산시켰다.
또 그룹에 내부감찰반 조직을 신설하고 감사총괄담당 경영진을 선임하는 한편 외부 인사로 구성된 '백년대계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1946년생으로 이미 만 70세를 넘은 만큼 다른 금융지주사처럼 회장의 나이를 만 70세로 제한하기 어려워 연임 횟수를 제한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경영진이 연루된 비위 혐의를 비롯해 지배구조 투명화에 대한 요구가 더해지며 CEO의 장기 집권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나오기 시작했다"라며 "BNK금융의 경우 나이와 상관없이 연임 횟수를 제한하는 것인 만큼 보다 강력한 조치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난 1월 시무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BNK금융지주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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