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본토 첫 타격'에 이란 '피의 보복'…중동 '전면전'
트럼프 "핵농축 시설 완전 파괴"…이란,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 대응
2025-06-22 17:46:21 2025-06-22 21:10:28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이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핵시설 3곳을 직접 타격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에 끝내 참전했습니다. 이스라엘·이란의 분쟁에 직접 개입한 셈인데요. 이란 본토에 대한 미국의 첫 직접 공격은 이슬람공화국이 수립된 1979년 이후 처음입니다. 특히 미국은 기습 공습에 그치지 않고 이란을 향한 추가 공격을 경고하며 사실상 항복까지 요구했는데요. 이에 이란은 강하게 반발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보복에 나섰습니다. 향후 이란의 보복 수위에 따라 확전 가능성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추가 공격도 시사…중동 분쟁에 본격 개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진행한 대국민 담화에서 "이란 정권의 핵심 핵시설인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에 대한 정밀 타격을 단행했고, 이번 공격은 놀라운 군사적 성공을 거뒀다"며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동의 불량배인 이란은 이제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며 "만약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의 공격은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쉬워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많은 목표물이 아직 남아 있다"며 "평화가 신속히 찾아오지 않는다면 나머지 목표들을 정밀하고, 빠르고, 능숙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국은 이날 오전 이란의 핵시설이 위치한 3곳을 공습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공격에는 미 공군의 B-2 폭격기가 동원됐는데요. 또 B-2 폭격기에만 탑재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GBU-57 '벙커버스터' 폭탄도 실제로 사용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포르도 핵시설에 벙커버스터 폭탄 12발을 투하했고, 나탄즈와 이스파한의 핵시설에는 해군 잠수함에서 30발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에 본격 개입했는데요. 이번에 미국의 군사 개입은 지난 12일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 공습으로 양국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진 지 9일 만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향후 2주 내 이란에 대한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한지 이틀 만에 나온 기습 공격이었습니다.
 
이에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미리 대비해서 결정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핵 활동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의 공격을 예상해 미리 포르도 핵시설의 핵 물질을 미리 빼뒀기 때문에 결정적 피해는 없었다는 게 이란 측의 주장입니다. 메흐디모하마디 이란 국회의장 보좌관은 "이번 공격으로 인한 회복 불가능한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란 원자력청(AEOI)의 경우, 핵시설 피습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정확한 피해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AEOI는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야만적이며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법적 대응을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미국의 공격에도 핵 활동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촬영한 이란 포르도 핵시설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란 "핵 활동 중단 안해"…보복 수위에 따라 확전
 
관건은 이란의 보복 공격의 범위입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오늘 아침의 사건은 터무니없고 영원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유엔 헌장과 정당한 자위적 대응을 허용하는 조항에 따라 이란은 주권과 이익, 국민을 수호하기 위한 모든 선택권을 갖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란은 미국의 핵시설 타격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응수했습니다. 이란의 <국영TV>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상공에서는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또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해 요격 작전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란이 미국의 공습에도 핵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경우,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지속되면서 중동 분쟁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중단되지 않는 상황에선 미국과 대화할 수 없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중단시키기는 매우 어렵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과 관련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안보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었습니다. 위 실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안정적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위 실장은 또 한반도의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협업을 당부했습니다.
 
일각에선 이란이 미국과 어느 정도 타협하는 선에서 현 상황을 해결하려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란의 모든 대응 능력이 좀 부족한 상황이다. 사실상 방어막은 무력화됐고, 미사일 재고도 많지 않다"며 "이란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이 위원은 "이란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미국 공관을 공격한다든지, 호르무즈 해협의 미 상선을 위협한다든지 등 단기적으로는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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