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전기료 개편)누진제 완화·폐지시 4인가구 평균 350kWh 사용 5만5천원=>4만1천원
한전 지난해 평균판매단가 108.5원 적용 전제…부자감세 논란은 '부담'
2018-12-12 06:00:00 2018-12-12 06:00:00
[뉴스토마토 권대경 기자] 정부가 한시적 감면부터 누진제 완화·폐지까지 검토에 돌입하면서 가정용 전기요금이 어느 정도 줄어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누진제 완화의 경우 구간별 완화 정도에 따라 요금이 변하게 돼 추정이 어렵지만 폐지시 1킬로와트시(kWh)당 93.3원을 적용하는 1구간의 요금은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누진제 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현행 누진제는 전력사용량이 200kWh 이하인 1구간에 1kWh당 93.3원을 적용하고, 201에서 400kWh 사이는 2구간으로 187.9원이다. 400kWh 초과의 3구간은 280.6원을 부과한다. 또  7~8월과 12월부터 다음해 2월은 1000kWh 이상 구간 누진 요금을 일시적으로 적용한다.
 
특히 1구간에서 2구간의 가격 차이가 2배에 달하고 1구간과 3구간의 차이는 무려 3배가 넘는다. 즉 사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부담이 2배 3배로 크게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여름과 겨울철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혹서기나 혹한기 전기료 폭탄 청구서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쏟아지면서 실제 정부는 한시적으로 여름철 가정용 전기요금을 낮춰주는 대책을 발표했었다.
 
겨울을 맞아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전열기구 판매량이 늘고 있는 지난달 26일 한 시민이 용산구 전자용품 매장에 전시된 전기히터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그렇다면 어떻게 조정이 될까. 전력업계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방안은 가장 적은 요금의 1구간 조정이다. 구간을 두 개로 합치는 방식이라면 1구간의 93.3원은 100원대로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또 폐지하더라도 1구간 요금은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한전의 평균 전력판매단가인 1kWh당 108.5원을 1구간에 적용하거나 동일하게 책정하면 2250만가구 중 1구간 800만가구와 2구간 600만가구 총 1400만가구의 요금이 오른다. 그 이상 사용하는 850만가구는 부담이 줄어든다.
 
예컨대 도시 거주 4인 가구가 월평균 350kWh 정도의 전기를 사용하면 현 요금제에서는 5만5080원(부가세 반영 금액)이다. 이를 평균단가인 108.5원에 대입하면 4만1773원이 나온다. 약 1만4000원 가량 부담이 줄어드는 식이다. 같은 방식으로 200kWh 사용 요금은 1만7690원에서 2만3870원이 되고, 400kWh  6만5760원은 4만7740원, 500kWh 10만4140원은 5만9670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동일한 단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누진제 폐지가 현실화되면 부자감세 논란을 배제하기 어렵다. 전기를 적게 쓰는 저소득층 요금은 인상되는 반면 많이 쓰는 고소득층 요금은 크게 인하되기 때문이다.
 
구간을 두개로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구간을 현 세개에서 두개로 조정한다고 가정하면 4인 가구 월평균 사용량인 350kWh가 기준이 될 수 있다. 350kWh 이하 사용 구간과 이상 사용 구간으로 나눠 단가를 정리하는 것이다. 구간별 단가는 100원대 중반과 200원대 초반이 예상 가능한 지점이다.
 
다만 누진제 폐지를 전제로 한 평균단가 적용은 다소 무리일 수 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한전 관계자는 "평균단가는 평균으로서 의미가 있어도 이를 바로 기준으로 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전의 수입과 전기생산과 공급의 다른 요소를 반영하면 조정 기본요금은 다르게 정리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산업부는 누진제 대안으로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차등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계시별 요금제는 이미 산업용과 일반용 전력에 도입된 상태다. 
 
문제는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려면 가구당 전력 사용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계량기(AMI)'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스마트계량기를 각 가정에 모두 보급하기에는 예산과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실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산업부와 한전은 누진제 개선을 위해 가구 소득과 구성원 수 등 가구별 특성과 전기 사용량의 상관관계 분석을 마쳤다. 지난 10월부터 국내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주택용 전기사용 실태를 조사했는데 해당 결과가 바탕이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 소비가 많은 내년 여름 이전에 누진제를 손질할 계획"이라며 "개편안 결정 시기가 6월 말보다 더 앞당겨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대경 기자 kwon2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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