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손경식 CJ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할 것이 확실시 된다. 경총으로부터 회장 선임 권한을 위임받은 전형위원회가 이같이 의견을 모았고, 손 회장도 수락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 정권의 노동정책 등에 반대하다 ‘패싱’ 논란을 겪고 있는 경총은 명망 있는 재계 인사를 회장으로 추대해 위상을 되살린다는 의도다.
26일 재계 및 CJ그룹 측에 따르면 경총 전형위원회 위원들은 27일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열고 손 회장을 차기 회장에 위촉할 예정이다. 사전에 이미 손 회장으로부터 회장직을 맡을 의사를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형위는 지난 22일 경총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 선출 권한을 위임받았다. 전형위 결정에 따라 제7대 경총 회장이 곧바로 확정된다.
손 회장은 2005~2013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경제단체장 경험도 풍부한 재계의 원로다. 특히 손 회장이 상의 회장에서 물러날 당시 이미경 CJ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전 정권의 퇴진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의사로 물러났던 게 아닌 만큼 경제단체장에 대한 미련이 남았을 것이란 게 재계 관측이다.
손경식 CJ 회장. 사진/뉴시스
현재 회장직이 공석이 된 내홍 사태는 갖가지 추측을 낳았다. 일각에선 현역 국회의원이 회장 내정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경총 안팎에선 특정 의원이 회장직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본다.
앞서 일부 회원사는 김영배 전 상근부회장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당초 차기 회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전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인선을 김 전 부회장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사전에 이를 알지 못했던 그룹 회장단이 반발했고 결국 회장 공백 사태로 이어졌다. 회장 선임이 보류되면서 임기가 만료된 김 전 부회장도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재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난하다 대통령에게 ‘공개 질책’을 받는 등 경총 패싱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라는 점을 감안해 그를 배제시키려는 의도가 섞인 것으로 본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원로인 손 회장은 정부에서도 예우를 하는 모습이라 관계 회복에 적임자란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보다 근간에는 전경련 폐지 논란 후 재계 대변 단체의 목소리가 약해진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전 중기회장인 박 회장이 내정되자 경총마저 중소기업 편에 기울 수 있다는 회원사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여당으로부터 각종 기업규제 현안이 중첩되고 있지만 국정농단 사건의 적폐단체로 지목된 전경련의 반대 논리엔 힘이 실리지 않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정부와의 소통·중계 역할이 부각되면서 정책 반대 의견을 내는데는 조심스런 눈치다.
전경련은 지난 13일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위상 회복 의지를 다졌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GS 회장)은 이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싱크탱크로 도약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사회 각계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부족하다”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의 역할을 다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조직을 다독였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선 즉각적으로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경제개혁연대는 사회 신뢰 회복 운운하며 재벌 총수를 대변하는 전경련은 혁신이 불가능하다며 적폐 주역인 전경련을 그대로 두고 철저하고 완전한 적폐청산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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