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 회장. 사진/CJ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최근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 끝에 CJ 계열사들이 제일제당과 오쇼핑을 중심으로 헤쳐모이고 있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이재현 회장의 최측근들이 각각 전진 배치된 곳들이다. 이 회장의 친정체제 강화 등 ‘복심’이 드러난다.
지난 18일 CJ오쇼핑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 CJ E&M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CJ오쇼핑 아래 CJ헬로 등 3개의 손자회사, CJ E&M 아래 아트서비스와 폴라리스엠넷 등 9개 손자회사가 한 줄기로 합쳐진다. 앞서 CJ는 지난달 19일 CJ-CJ제일제당-CJ대한통운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도 발표했다. 이를 통해 CJ 자회사였던 KX홀딩스를 비롯해 이하 6개의 손자회사가 CJ제일제당 아래 줄기에 포함된다. 떨어져 있던 CJ건설과 동부산테마파크도 CJ제일제당 줄기에 흡수된다.
CJ제일제당과 CJ오쇼핑은 지난 연말 인사에서 이 회장 측근들의 전진 배치로 관심을 모았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이사(사장)와 허민회 CJ오쇼핑 대표이사(총괄부사장)의 향후 행보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이 회장은 믿을 수 있는 인사들로 핵심 계열사를 챙기면서 친정체제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이중 허 대표는 재무 전문가로, 지난 연말 그룹 전체적으로 재무통이 약진한 것과 더불어 향후 지배구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한국 기업사를 볼 때 재무통은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변화 등 기업이 굵직한 변화를 도모할 때마다 중용됐다. 재무관리는 물론 전략기획과 인수합병(M&A) 등도 두루 챙길 수 있다. CJ는 이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로 인수합병 시장의 큰 손으로 재등장했다. 그레이트 CJ 실현을 위해서라도 인수합병 등 대규모 투자는 필수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짠물 관리도 드러났다. CJ대한통운이 CJ건설을 흡수합병하는 데 묵혀뒀던 자사주를 활용(CJ건설 주주인 CJ에 교부)했다. 인적분할시 의결권이 되살아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 입법이 추진되는 가운데 다른 활용법을 찾으면서 자사주의 효용가치를 높였다. CJ오쇼핑과 CJ E&M 합병의 경우에도 CJ E&M 주주들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대신 CJ오쇼핑 자사주를 교부할 수 있다.
재벌개혁 과제 해결도 순조롭다. CJ제일제당은 삼각합병을 통해 20.1%에 불과했던 CJ대한통운 지분을 40.2%까지 확대했다. 정부가 올해 재벌개혁 과제로 내세우고,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인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 이슈가 자연스럽게 소멸됐다. 이번 개편에서 CJ건설의 높은 내부거래 문제도 해결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자발적 개혁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CJ는 SK, LG 등과 더불어 지배구조 개편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한편 허 대표는 당분간 CJ오쇼핑 합병 법인에서 김성수 CJE&M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CJ 측은 “아직 누가 맡을지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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