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코리아세일페스타요? 전통시장에서도 하는 축제라고요?"(서울 용산구 한 시장 상인)
"현수막이 붙긴 했죠. 그런데 우리는 정해진 가격이 없잖아요. 축제 특수도 없죠." (인천 ㄱ시장 상인)
3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전통시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한 달간 진행된 ‘코리아세일페스타’가 31일 막을 내린다.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10월1~7일)과 맞물리면서 특수를 노린 백화점과 달리 전통시장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분위기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축제에 전통시장이 들러리 선 것 아니냐는 상인들의 푸념마저 들린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시작된 코리아세일페스타에는 전국 400여개 전통시장이 참여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처음 도입했다. 정부는 지난해 200여곳의 전통시장이 축제에 참여했다고 밝혔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실제로 축제에 참여한 곳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 지난해보다 두 배 많은 전통시장을 참여시키면서 축제 특수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중기청은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한 50개 시장 상인 250명을 대상으로 축제 기간 중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64.4%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9일 사이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고 답했다. 이들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18.5%였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기자가 축제 마지막날 만난 서울 용산구 한 전통시장의 상인은 전국적으로 진행됐던 코리아페스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다른 시장에서라도 축제로 대목 봤으면 우리가 모를리 없다"며 "주변에 상인들과 자주 만나는데 축제한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전통시장 상인은 "시장 규모가 크거나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곳 등 몇몇 전통시장에 한해서만 효과를 누릴 수는 있겠지만 모든 전통시장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전통시장이 400곳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에 운영 중인 전통시장이 1400여곳임을 감안할 때 적어도 4곳 중 1곳은 축제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에 소개된 전통시장은 전국 59곳 뿐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참가 의사만 밝힐 뿐 행사를 진행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통시장의 시장상인회 임원은 "전통시장은 상시 물건값을 깎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달리 가격할인으로 고객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형 유통업체들의 축제에 들러리 서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통시장만의 차별화된 축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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