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나들가게 사업'
예산도 대폭 줄어…"SSM 밀려오는데 간판 바꿔단다고 되나"
2016-10-20 15:58:30 2016-10-20 15:58:30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진열하는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닙니다. 편의점 진열대를 그대로 적용할 수도 있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컨설팅이 아니라 대출 같은 현실적인 지원입니다." (경기도에 위치한 4년차 나들가게 점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취지로 시작된 나들가게 사업이 시행 7년차로 접어들었다. 올해까지 투입된 예산만 881억원이다. 하지만 동네슈퍼 사정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정부는 급기야 지방비 매칭을 도입해 지자체로 공을 넘겼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으로 한계는 여전하다.
 
 
 
나들가게는 중소기업청이 기업형 슈퍼마켓 등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응해 골목슈퍼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시행후 3년간 '나들가게'로 간판을 바꿔 단 동네슈퍼만 9000여개에 달한다. 점포마다 POS단말기도 지급됐다. 이 기간 6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초반에 예산이 집중된 이후 2014년부터는 60억원 안팎의 예산만 반영되고 있다. 사업초기 관심만 반짝, 제대로 된 사후관리 없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자가 만난 경기도의 한 나들가게 점주는 "2012년 관련 담당자들이 동네슈퍼를 돌면서 나들가게 지원을 받았고, 새 간판으로 교체해주고 결제 단말기 지원도 해준다고 하길래 신청했다"면서 "그 사이에 주변에 대형마트는 두 곳이 생겼다. 간판을 바꿔단다고 매출이 올라가겠느냐"고 말했다.
 
간판 교체, 단말기 지급 등 현대화 사업에 집중해왔던 정부는 지난 2013년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경영노하우 전수, 위생 컨설팅 등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는 영세업체에겐 사치에 불과했다. 또 다른 나들가게 점주는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들이 대부분인데 따로 교육시간을 낼 수도 없고, 컨설팅을 신청해서 받을 여유도 없다"며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까 대출 지원을 받았지만 그것조차 안됐다"고 말했다. 나들가게 사업 시행 초기 정부는 1억원 한도 내에서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여기에는 담보 조건이 붙었다. 담보가 취약한 영세업체들에겐 그림의 떡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또 다시 사업 개선에 나섰다. 기존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던 방식에서 지자체와의 협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육성 선도지역을 선정해 8억원 한도 내에서 정부가 80%, 지자체가 20% 지원하는 방식으로 예산지원 방식을 변경했다. 중기청은 6개월마다 점검하고 매년 연차평가를 통해 사업 추진이 부실한 지자체에 예산삭감, 지원중단 등의 조치를 취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업 실패의 책임을 지자체로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들가게 사업의 실패를 지적하며 “기업형 슈퍼마켓의의 골목상권 진출로 고통받는 나들가게 점주들의 어려움을 정부가 제대로 덜어주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나들가게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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