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 해군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해군 현대화 구상인 ‘황금함대’에 포함되는 신형 호위함 건조를 미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에 맡기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당초 이탈리아 조선사가 맡았던 호위함 사업이 건조 지연과 비용 증가로 중단된 가운데, 한국 조선소가 미 해군의 이러한 함정 건조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헌팅턴 잉걸스가 운영하는 미국 미시시피주 소재 잉걸스 조선소의 모습. (사진=헌팅턴 잉걸스 홈페이지)
22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 해군은 지난 19일(현지시각) 신형 호위함(소형수상전투함) 건조업체로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즈(HII)를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호위함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해군 현대화 구상인 ‘황금함대’의 첫 전력으로, 적 항공기와 전투함 등 위협으로부터 대형 선박과 주요 항로를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헌팅턴 잉걸스가 건조 중인 미 해안경비대의 레전드급 경비함을 기반으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황금함대는 중국의 잠재적 해양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노후화된 미 해군 전력을 대체하는 대규모 함대 구축 계획으로, 약 280~300척의 유인 함정과 다수의 무인 함정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헌팅턴 잉걸스가 맡게 될 신형 호위함은 이탈리아 조선사 핀칸티에리가 건조를 담당했던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을 대체하는 성격입니다. 미 해군은 2020년 핀칸티에리의 위스콘신 조선소에 해당 사업을 맡겼으나, 수차례 설계 변경과 건조 지연, 비용 급증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미 건조 중인 2척을 제외한 나머지 4척에 대한 발주를 지난달 취소한 바 있습니다.
현재 미 조선업계는 숙련 인력 부족과 공급망 문제, 노후화된 설비 등으로 납기 준수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헌팅턴 잉걸스는 자국 조선소 인프라와 설비 확충에 10억 달러(약 1조4800억원)를 투자하는 한편, 해외 조선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생산 능력을 보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의 미 모빌 조선소의 전경. (사진=오스탈 홈페이지)
이 과정에서 국내 조선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헌팅턴 잉걸스는 지난 10월 HD현대중공업과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향후 HII가 ‘황금함대’ 사업을 주도할 경우, HD현대중공업이 미 해군 함정 건조 과정에서 하도급 또는 협력 파트너로서 역할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화그룹 역시 지난 12일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미 해군 공급망 내 입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오스탈은 호주 서부 헨더슨 뿐만 아니라 미 앨라배마주 모빌,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등에 생산 거점을 둔 업체로, 미 소형 호위함과 군수지원함 시장에서 약 40~60% 수준의 점유율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해군 수뇌부 역시 동맹국 조선 역량 활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존 펠란 미 해군장관은 최근 한화를 사례로 들며, 비전투함은 물론 전투함의 부품 제작 과정에서도 외국 조선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도 “한국과 일본의 조선 역량을 활용해 미국의 함정 건조 능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국내 조선업계에 우호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입장에서는 비용 증가와 납기 지연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한국형 호위함 설계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향후 HII나 오스탈 등 미국 주계약자들이 함정 물량 일부를 국내 조선소에 하도급으로 맡기는 구조가 자리 잡을 경우, 국내 조선업계의 중장기적인 수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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