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한화그룹이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글로벌 조선·방산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앞서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그룹은 미 해군의 주요 파트너인 오스탈의 최대주주 지위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미 해군 함정과 상선을 아우르는 ‘투트랙 전략’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의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 조선소 전경. (사진=오스탈 홈페이지)
15일 조선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한화그룹이 오스탈 지분을 최대 19.9%까지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지분 인수 주체는 한화의 호주 현지법인인 HAA No.1 PTY LTD로, 이 회사는 한화시스템이 지분 60%,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화는 지분을 19.9% 이상 보유할 수 없으며 소수주주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민감한 기술정보에 대한 접근권도 제한을 받습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한화는 그간 숙원사업으로 꼽혀온 미 해군 함정 프로젝트 진출에도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미국은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에 따라 자국 군함의 해외 건조·수리를 제한하고 있지만,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정비할 경우 해외 기업이 지분을 보유하더라도 사업 참여가 가능합니다.
오스탈은 미 앨라배마주 모빌,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호주 서부 헨더슨 등에 생산 거점을 둔 업체로, 미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로 꼽힙니다. 미 소형 호위함과 군수지원함 시장 점유율은 약 40~6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오스탈의 최대주주 지위까지 확보하며, 미 해군 함정과 상선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됐습니다. 앞서 한화는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약 1380억원)에 인수한 바 있으며, 필리조선소에서는 상선을, 오스탈에서는 군함을 건조하는 방식의 역할 분담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같은 구조를 바탕으로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업계 안팎에서는 한화가 미 조선·방산 시장에서의 실적을 발판으로 글로벌 조선·방산 기업으로 본격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 함정과 방산 장비를 납품한다는 것은 기술력과 보안, 품질 측면에서 높은 신뢰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포함한 서방 방산 시장 전반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미국 조선·방산 시장에서 실적을 쌓았다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과 신뢰도를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의미의 보증수표”라며 “이를 계기로 NATO 회원국을 포함한 서방 방산 시장 전반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한층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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