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DMZ 소동 해결법
2026-02-11 06:00:00 2026-02-11 06:00:00
고요하던 비무장지대(DMZ)가 시끄럽다. 민주당이 비군사적이고 평화적인 목적에 한해 DMZ 출입 권한을 한국 정부가 행사하는 내용을 담은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 이른바 DMZ법의 입법을 추진하자 DMZ의 관할권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유엔군사령부가 반발하고 있다. 
 
유엔사는 지난달 28일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용산기지로 불러 "DMZ법이 통과되면 정전협정에 대한 정면충돌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 정부가 유엔사의 승인 없이 DMZ 내 민간인 출입을 허가한다면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고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MDL) 이남의 DMZ 관할권은 유엔군 사령관에게 있다는 게 유엔사의 설명이었다.
 
유엔사의 이런 설명 다음날 통일부는 DMZ법이 정전협정과 전혀 상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통일부는 국회 입법권을 존중하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DMZ법에 대해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는 '관할권'이 아닌 '효율적 관리권'을 들고 나왔다. 올해 초부터 유엔사(미국) 측과 DMZ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DMZ 관할권은 유엔사가 유지하되 MDL 남쪽으로 2㎞까지인 DMZ 남측 구역 중 이미 한국군 철책이 DMZ 내로 넘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군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국방부의 구상이다. 민주당·통일부와 유엔사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일종의 절충안인 셈인데, 한국군 병력이 상주하고 군 관계자들도 수시로 출입하고 있는 이 지역에 대한 출입을 한국군이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유엔사는 국방부의 이 같은 구상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는 대신 지난해 12월16일에 발표한 '군사정전위원회의 권한과 절차에 관한 성명'을 되풀이했다. '비무장지대 내의 군사분계선 이남의 부분에 있어서의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은 유엔군 사령관이 책임진다'는 정전협정 제1조10항을 들어 유엔사가 DMZ 관할권을 가진다는 기존의 주장을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유엔사가 주장하는 DMZ 관할권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바꿔왔고,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유엔사의 '규정'이다. DMZ를 출입하기 위해서는 48시간 전에 유엔사에 통보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유엔사의 DMZ 관리 규정은 미군 대령이 맡고 있는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 비서장이 만든 것이다. 정전협정 조항이 아니라 편의적으로 만든 규정이라는 이야기다. 실행되지는 못했지만 지난 2007년에는 한국과 미국이 DMZ 출입 승인과 같은 행정 업무를 한국군이 맡기로 합의한 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한국 합참 차원에서 DMZ 남쪽에 설정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출입 규정을 까다롭게 만들어 유엔사 소속 인원들에게 적용하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물론 감정적인 대응일 수 있다. 이런 여론이 확산하기 전에 유엔사가 전향적으로 협의에 나서면 될 일이다. 한국군 소장이 맡고 있는 군정위 수석대표가 유엔사의 DMZ 관리 규정을 만든 비서장의 직속상관이다. 언제든지 개정을 논의할 수 있는 구조다. 과거 한국과 미국이 DMZ 출입 승인을 한국군이 맡기로 했던 합의를 이행하면 'DMZ 소동'은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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