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TV 업계의 총성 없는 전쟁이 음질 대결로 격화됐다. 화질 전쟁에 이은 2라운드다. 패널기술의 발달로 TV 화면은 커지고 두께도 얇아졌지만, 음향은 내장 스피커 공간이 좁아지면서 예전만 못하다는 볼멘소리가 작용한 결과다. 초고화질 TV에 걸맞은 생생한 고음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제조사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6'에서 관람객들이 오디오 명가, 하만카돈의 음향기술을 접목해 만든 LG전자의 올레드 TV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TV 제조사들은 음향기술 업체와 명품 스피커 업체 등과의 협업을 통해 TV 사운드에 집중하는 추세다. 소비자의 '눈'에 이어 '귀'까지 잡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6에서 3차원(3D) 음향의 명가인 미국 돌비와 제휴해 만든 사운드바 'HW-K950'를 선보였다. 사운드바는 TV와 연결해 더욱 풍성한 음질을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보조 스피커다. 삼성전자가 돌비와 처음 협력한 제품으로, 돌비사의 애트모스 기술이 적용됐다. 총 15개의 빌트인 스피커가 내장돼 전후·좌우·상하 6개 방향에서 입체적으로 흐르는 음향을 제공한다.
LG전자(066570)는 세계적인 오디오 명가 하만카돈과 손 잡고 시그니처 올레드 TV에 4.2채널 스피커를 내장했다. 저음을 담당하는 우퍼와 고음을 담당하는 트위터 등 총 10개의 소형 스피커가 장착됐으며, 기존 올레드 TV보다 출력이 최대 4배 높다. 하만카돈과 협력해 완성한 고품격 사운드는 사람의 목소리부터 현악기의 울림까지 세밀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 TCL도 음향 전문기업인 JBL과 제휴해 3방향 고음질 스피커 시스템을 적용한 65인치 고화질 TV를 선보였다. 네덜란드의 필립스 역시 돌비와의 협업을 통해 애트모스 기술을 적용한 신형 사운드바 '피델리오'를 공개했다. 피델리오는 18개 스피커를 연결해 입체적인 음향을 제공한다.
이처럼 TV 업계가 음질 경쟁에 나선 것은 고화질만큼 고음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 때문이다. TV 화면이 대형화되고 두께가 얇아지면서 음향은 필연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좋은 소리를 위해서는 스피커나 울림통의 크기를 키워야 하지만, 슬림한 디자인을 위해 작은 크기의 스피커를 내장해야만 했다.
콘텐츠의 중심축이 텍스트에서 사진·동영상·게임 등으로 옮겨가면서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는 사운드의 중요성이 커진 점도 한몫 했다. 또 기술의 발달로 화질 경쟁이 더 이상 우위를 가늠하기 어려워지면서 음향기술에서 차별성을 찾겠다는 업체들의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화질에서 지속적으로 차별성을 갖고 가기는 어렵다"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오디오가 TV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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