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80일간 공석이었던 경제 사령탑 자리가 채워지면서 신임 경제 수장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재명정부 초대 경제팀 수장으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공백 사태로 인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구 부총리 앞에 놓인 과제는 녹록지 않습니다. 당장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대응이라는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합니다. 여기에 폭염·폭우 등으로 급등한 생활물가도 잡아야 합니다. 0%대로 예고된 경제성장률 방어에도 온 힘을 쏟아야 하며, 세제개편안 및 내년도 예산안 준비에도 매진해야 합니다. 더불어 인공지능(AI) 등을 기반으로 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켜켜이 쌓인 각종 난제 앞에 고군분투가 예상되지만, 구 부총리는 국익과 실용에 중점을 두면서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입니다.
시작부터 '관세' 난제…"치밀하게 계획 짜서 총력 대응"
구 부총리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한·미 관세 협상이 꼽힙니다. 당장 내달 1일부터 미국의 상호관세 25% 부과가 예고된 가운데,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하는 처지입니다. 하나둘 윤곽이 보이고 있는 미국 측 요구 사항이 너무 방대해 정부도 쉽게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묘수'를 짜내야 합니다.
일단 구 부총리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오는 25일 미국과의 '2+2 통상 협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구 부총리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기자들과 만나 "저와 통상교섭본부장, 미국 재무장관과 무역대표부(USTR)가 함께하는 2+2로 오는 25일 회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외교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각각의 카운터파트와 회의를 하기 위해 빠르면 이번 주 미국으로 가서 미국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협상 시한인) 8월1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며 "모든 관계 부처가 원팀으로 국익과 실용 차원에서 계획도 치밀하게 짜고 총력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구 부총리는 전날 취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국익과 실용에 방점을 둔 대미 관세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찾아 "(대미 협상 관련) 협의가 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만나 한국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서 관세 협상이 최대한 잘되도록, 국익과 실용에 맞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기 과제 '생활물가 안정'…'미래 먹거리 발굴'도 숙제
고공 행진 중인 생활물가 안정도 구 부총리 앞에 놓인 당면 과제 중 하나입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물가 안정을 최우선 정책 기조로 내세운 상황에서 폭염·폭우 등 날씨가 물가 복병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최근 112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인해 농축수산물 등 장바구니 물가는 날로 치솟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물가가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자꾸 오른다"며 "물가 관리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임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구 부총리 역시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기 과제로 생활물가 안정을 꼽은 가운데, 물가 관리가 정책 능력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0%대로 예고된 경제성장률도 끌어올려야 합니다. 한국은행이 내다보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0.8%입니다. 31조8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돈을 풀어도 겨우 0.1%포인트의 성장률을 올리는 효과만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입니다. 추경 예산 중 12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풀리고 소비심리가 개선돼도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에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면서 성장률 반등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때문에 정부도 곧 내놓을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연초 제시한 1.8%의 성장률을 0%대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장률 제고의 핵심 키워드로 AI를 꼽은 구 부총리는 AI 등을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 동력도 발굴해야 합니다. 한 나라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올해 1%대 후반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은 시급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구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도 AI 기반의 '초혁신경제'로 성장률 반등을 이끌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 구조 전반을 AI로 고도화하고 국가 시스템을 민간 수준의 성과 중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게 구 부총리의 구상입니다.
여기에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마련, 세제개편안 및 예산안 편성 등 굵직한 일정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통상 6월 말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새 정부 출범으로 지연되면서 국정 과제 수립과 연계해 8월경에 발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이르면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세제개편안을 비롯해 8월 말까지 예산안 편성도 끝내 9월 초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밖에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개편 논의도 대기 중입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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