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갤럭시노트7으로 중국에서의 재기를 노리던
삼성전자(005930)가 예기치 못한 암초에 봉착했다. 글로벌 리콜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후폭풍이 덜했던 중국에서 돌연 '중국 홀대론'이 제기된 것. 악화된 여론을 돌릴 묘수가 없어 삼성전자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22일 중국 시장조사기관 시노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오프라인 휴대폰 판매량은 3951만대를 기록했다. 전달보다는 3.3%, 전년 동월 대비 23.4%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전체 휴대폰 유통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온라인 판매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시장 추이 파악에는 큰 문제가 없는 자료다. 시노마켓리서치는 "저가폰의 비중이 줄어들고 중고가 시장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업체별로는 오포가 1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비보(15.7%), 화웨이(9.7%), 애플(7.2%), 삼성전자(5.2%)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 상위 5개 업체 중 오포(55만대), 비보(81만대), 화웨이(5만대)는 전달보다 판매량이 늘었지만 애플과 삼성은 각각 35만대, 10만대씩 판매가 줄었다. 중국 업체들이 뛰어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제품들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사이, 차기작 출시가 임박한 애플과 삼성이 잠시 주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의 경우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10여개 국에서 출시한 갤럭시노트7이 9월 중국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리콜과 관련된 '중국 홀대론'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홍콩 시내에 부착된 대형 갤럭시노트7 광고. 사진/김진양기자
삼성전자가 기대했던 9월의 반전은 의외의 변수를 만났다. 삼성은 2일 중국에서 갤럭시노트7을 공식 출시하며 "중국판 갤럭시노트7은 문제가 된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아 안전하다"고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일부 제품 리콜 결정과 폭발 조작 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의도치 않게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급기야 "삼성전자가 중국과 영미권 소비자들을 차별 대우한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날 중국 인민일보는 "갤럭시노트7 파문이 지속되고 있다"며 "삼성이 중국 소비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홀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국판 갤럭시노트7의 존재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왜 중국에서만 다른 나라와는 다른 부품을 사용했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관심 갖지 않았으면 중국 내 일부 제품의 리콜도 결정하지 않았을 것", "중국에서만 배터리 폭발을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 등 삼성을 향한 맹목적 비난을 늘어놓고 있다.
지난 14일 삼성전자는 중국 국가품질감독총국과의 논의 후 정식 발매 전 마케팅용으로 배포된 1858대의 갤럭시노트7에 대해 리콜을 실시키로 했다. 홍콩에서도 일부 유통 채널을 통해 사전 판매된 제품 중 500대를 교체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리콜 해당 여부는 홈페이지에서 모바일기기 식별코드(IMEI)를 입력해 확인할 수 있다"며 "빠른 교체를 독려하기 위해 배터리 충전을 제한하는 강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병행 중"이라고 밝혔다.
18일에는 "중국판 갤럭시노트7이 충전 중이 아닌 상태에서 폭발했다"는 제보가 연이어 접수됐다.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ATL과 삼성전자의 공동조사 결과 해당 건들은 배터리 결함이 아닌 "인덕션 레인지 등 외부 가열로 인한 소손"으로 추정됐다. 뒤이어 홍콩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제보됐으나, 이 역시 자작극으로 잠정 결론 내려졌다.
삼성전자는 발빠른 대응으로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켰지만 삼성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들은 계속되고 있다. 선전시 소비자위원회는 삼성전자에 폭발건에 대한 공개 질의를 요청했다. 그 사이 중국 홀대론은 음모론으로까지 비화됐다. 폭발 조작의 배후로 화웨이가 지목된 것. 화웨이는 즉각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번 일과 무관하다"며 "남을 헐뜯는 것은 화웨이의 기본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은 "일련의 사건들은 삼성전자가 빠르고 혁신적인 것을 강조하다 '품질 관리'라는 기본을 잊은 것에서 비롯됐다"며 "향후 중국에서 출시되는 삼성의 제품에 소비자들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야기했다"고 진단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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