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류승완 감독 "영화감독은 좋은 선생님이어야 한다"
2015-09-03 16:18:18 2015-09-03 16:18:18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10여년 전만 해도 '1000만 영화'는 국내 시장에서는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수치였다. 어느덧 그 불가능의 영역에 16편이나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1000만 영화는 이제 흥행 영화의 지표가 됐다. 1000만 영화가 1년에 한 두 작품씩 나오기는 하지만 누구나가 다가설 수 있는 숫자는 절대 아니다. 그런 중 최근 영화 '베테랑'이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암살'이랑 '베테랑'이랑 같이 1000만 갔으면 좋겠다"는 배우 황정민의 바람이 예언처럼 이뤄졌다.
 
그 중심에 류승완 감독이 있다. 류 감독은 사실 흥행감독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호평을 받는 작품은 다수 있었지만,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호평 받았던 '부당거래'도 272만이었다. '베를린'이 700만 관객으로 흥행에 처음으로 성공했었다. 그리고 '베테랑'을 만들었다. 특유의 B급 감성을 갖고 액션키드라 불렸던 류 감독은 이제 어엿한 1000만 감독이 됐다.
 
영화 '베테랑'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와 관련해 류 감독은 "1000만 관객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에 실감이 안난다. 숫자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도 중요하지만, 제게 더 중요한 것은 관객 한 분 한 분의 반응이다. 통쾌하다는 반응부터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는 반응까지 모든 의견을 살펴보며 '베테랑'을 돌아보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따뜻한 가슴을 가진 서도철(황정민 분)같은 베테랑들이 어깨 펴고 사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베테랑'은 개봉 전부터 호평이 자자했다. 사실 구성은 단순하다. 선과 악이라는 두 기둥을 세우고 그 아래에서 마치 각각의 입장을 대변하는 두 마리 표범이 질주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단, 간략한 구성을 보충하는 디테일이 세련됐으며, 흥미진진했다. 입에 착착 감기는 대사와 긴장감을 유발하는 전개, 몰입도를 높이는 배우들의 열연, 경제권력의 '갑질'에 일침을 던지는 메시지 등이 시너지를 발휘하며 영화의 전체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재벌가의 부조리를 다룬 메시지는 시대상을 반영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류 감독은 전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짝패', '부당거래', '베를린' 등에서도 부조리에 대한 저항감을 드러낸 바 있다. 사회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그의 오래된 시선과 성향이 마침내 대중과도 통한 셈이다.
 
"부조리한 것들은 우리 상상들을 자극시키니까 궁금하게 만들고 꼭 고발한다기보다는 저항감이 생기잖아요. 부조리는 이 영화의 원동력이기도 했고요. 사실 조태오(유아인 분)의 성향은 어느 누구에게나 쉽게 볼 수 있어요. 또 조태오처럼 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고요. 그런 유혹에 저항하고 스스로 창피해할줄 아는 양심이 작동했을 때 사회가 더 품위있어지겠죠.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한 뒤 벌써 15년이 지났다. 당시의 관객층이었던 20대는 30대에서 40대가 됐다. 28세의 액션키드는 43세가 됐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류 감독도 대중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고 한다. 소통을 해야 하는 관객층의 나이대가 어려지면서 그는 '영화감독은 선생님'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저는 이제 저보다는 뒷 세대와 소통을 해야해요. 어느날 문득 대중 영화감독은 좋은 선생님이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려운 문제를 쉽고 재밌게 풀어주는 선생님이요. 어려운 문제의 본질적인 원리를 깨닫게 해주고, 보다 어린 친구들이 보더라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런 감독이 되고 싶네요. 하하."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