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까지 빠른 성장을 위해 세 가지 정책을 주로 사용했다. 첫째는 환율인상 등을 통한 수출확대, 둘째는 세제와 금융 등의 지원을 통한 기업의 투자확대, 셋째는 부동산경기를 부추겨 경기를 살리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책 덕분에 한국경제는 성장률이 좀 높았는지는 모르지만 많은 부작용이 쌓였다.
원화 환율은 1960년대 말 달러 당 300원 정도에서 한 때 2000원 가까이 오른 적도 있고, 최근 1100원 정도로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수출기업은 쉽게 돈을 벌었지만 기름 값 등 수입물가가 오르고 국부의 대외가치는 감소했다. 기업투자에 많은 혜택을 준 것은 기업소득의 높은 증가와 과잉투자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가계소득은 늘지 못하고 소비는 위축되어 자영업자의 영업 환경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계속된 부동산경기 부양책은 집값 땅값과 집세를 올려 한국경제를 고비용구조로 만들었다. 무주택자, 임대료를 내야하는 자영업자, 자기 건물이 없는 기업 등은 살기 어렵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세 가지 즉, 고환율 정책, 기업소득은 느는데 가계소득은 위축되는 것, 높은 부동산 가격과 비싼 집세가 양극화 등 한국경제의 여러 어려움의 뿌리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최근 대내외 환경변화로 한계에 부딪쳐 성장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수출은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다 엔화 약세까지 겹쳐 올해 들어 감소세로 전환되었다. 특히, 고환율 정책을 통해 쉽게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던 한국의 수출기업에게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엔화 약세는 큰 충격이 되고 있다. 투자도 지속되는 내수침체와 수출부진으로 과잉 문제가 현재화되고 있다. 재계는 소위 ‘원샷법’이라 불리는 ‘사업재편지원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요청해 초안이 얼마 전 발표됐다. 이법 초안에 따르면 공급과잉 분야는 부실기업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특별 지원 아래 손쉽게 구조조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과잉투자, 과잉공급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는 오로지 부동산에 목매어 경기를 살리려 하고 있다. 온갖 종류의 부동산경기 부양책, 전세 값 폭등 조장 등을 통해 집값을 올리고 성장률을 높이고 있다. 이는 올해 4분기 GDP 통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4분기 GDP는 전년동기 대비 2.4% 성장했는데 이는 수출, 설비투자, 민간소비 등은 모두 부진했는데 주택 등 건설투자만 크게 늘어난 결과이다. 그렇다고 부동산경기가 옛날처럼 활황을 보여 경제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수는 없을 것 같다. 고령화, 생산인구 감소, 저성장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 요인이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고 있어 금리인하나 부동산 부양책으로 대세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에 높은 부동산가격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고비용구조가 지속되어 경쟁력은 약화되고 일자리 창출은 계속 어려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높은 집값과 집세의 부담 등으로 결혼과 출산은 더욱 힘들고,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 되어 있는 가계부채는 늘어날 것이다. 한국도 경제규모, 산업구조, 기술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부동산에 목을 매지 않아도 발전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단기간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부동산의 굴레에서 빨리 벗어날수록 오히려 경제구조가 건전해져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가까워질 것이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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