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 기관 파견을 제안하겠다. 법무부 또는 파견 기관을 통한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인 지난 2012년 12월 2일, 검찰 개혁 공약을 발표하며 강조한 말이다.
이런 내용은 박근혜 후보의 대선 공약집 386페이지에 그대로 적시돼 있다. 해당 페이지의 '중제'는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한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인사제도 확립'이라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공염불이 된 지 오래다. 박근혜 정부에서 그동안 검찰에서 사표를 쓰고, 청와대로 간 검사는 10명이다. 이들이 사표를 쓰고 간 이유는 지난 1997년 신설된 검찰청법 44조 2항 때문이다.
해당 법률은 "검사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사표를 쓰지 않고는 청와대 근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통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동안 청와대로 간 검사는 10명이다. 이 가운데 3명은 청와대 임기를 마쳤다. 1명은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했고, 2명은 검사로 '신규임용'됐다. 경력변호사 채용 방식이었다. 공식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의 '궁여지책'이다.
문제는 청와대 근무 후 복귀한 이들이 대체적으로 검찰 내 요직을 맡는다는 점이다. 25일 있었던 검찰의 인사에서도 이 같은 점이 재확인됐다. 지난 5월 신규임용을 통해 검찰에 복귀한 두 명의 검사 중에는 이중희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있었다. 이 전 비서관이 복귀하자, 야당은 "(박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성토한 바 있다.
이 전 비서관은 검찰 복귀 후, 한직인 서울고검에 근무하다 이번 인사에서 요직인 부산지검 2차장으로 영전했다. 마찬가지로 사직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이번에 '신규임용'으로 검찰에 복귀한 김우석 전 행정관도 이번에 주요 기관 중 하나인 서울중앙지검에 배치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애초 검찰 내 선두 주자들이 청와대에 갔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지난 97년 파견금지 조항의 신설도 청와대에 파견 갔던 검사들의 복귀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배경에 있었다는 점에서 반론의 여지는 줄어든다.
'사표제출 후 청와대 근무'와 '신규임용을 통한 검찰 복귀'라는 편법은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 법 조항이 신설된 직후부터 이어져왔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 있었던 19대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야당 후보들은 너나없이 '검찰 개혁'을 공약한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 내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영향이 컸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에 파견됐던 검사는 22명으로 이전 노무현정부의 9명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을 취임 첫날부터 깼다. 인천지검 부장검사이던 이 전 비서관이 민정비서관 내정에 내정됐다는 내용이 취임 당일인 지난해 2월25일 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온 것. 청와대와 당사자가 강하게 부인했지만 결국 박 대통령은 열흘 뒤인 3월 5일 이 전 비서관을 임명했다.
당시 논란이 거세지자 법무부 관계자는 "이 부장검사가 검찰에 복귀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그렇게 되면 대통령 공약에도 어긋나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시 공약 파기를 했다고 맹비난했다. 야당의 한 의원은 2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도대체 지키는 공약이 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의 또 다른 의원은 "애초 말 잘 듣고, 잘 나가는 검사를 뽑아서 청와대에서 철저히 친정부 인사로 만든 후, 다시 검찰의 주요 보직에 재임용했다"며 "다른 검사들에게도 '정권 입맛에 맞게 역할을 잘 하면 보상해 줄 테니 줄을 서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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