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산전, 이라크서 수주 퍼레이드..비결은 '신뢰'
제2의 중동 '붐'..위기가 기회
글로벌 기업 꺾고 비유럽권 기업으로 60년만의 첫 전력사업 수주
2014-06-19 12:47:20 2014-06-19 17:07:24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제2의 중동 붐이 전개되고 있다. 발원지는 이라크, 주인공은 LS산전(010120)이다. 불안한 정세는 되레 기회가 됐다.
 
LS산전이 이라크에서 지멘스, ABB 등 글로벌 전력 기업들을 잇달아 꺾고 대규모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변 위협을 무릅쓰고도 현장을 찾아 고객사들과 돈독한 '스킨십'을 다져온 구자경 부회장의 현장경영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수년간의 전쟁으로 폐허로 변한 이라크에서 전후 복구의 최우선 과제는 단연 전력 인프라 구축이다. 이라크 정부는 매년 여름 전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라 이 기회에서 정부 차원에서 국민 지지 확보를 위해 전력 확충을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세계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이라크 전력 인프라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유독 국내 기업인 LS산전의 선전이 눈에 띤다. 스마트그리드 시장의 개화가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LS산전의 관련 기술력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2011년 이후 이라크 전력 인프라 재건 사업에 적극 진출한 LS산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스마트그리드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특히 단순 최저가 경쟁을 통한 결과가 아니라 첨단 스마트그리드 기술력과 신뢰관계 구축에 따른 성과라는 점이 돋보인다.
 
LS산전은 3년 전부터 현지에서 AMI(지능형원격검침인프라: 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지 정부에 사업을 제안해 왔다. AMI는 전력 소비자와 전력 공급자 간 전력사용 및 요금정보, 실시간 요금정산과 원격 전력 차단 등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 전력수요 변동에 따른 가전 및 전력기기 제어 등을 가능케 하는 기술로, 스마트그리드의 핵심으로 꼽힌다.
 
사실 이라크는 국내기업에게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지난 60년간 이라크 현지에서 비 유럽권 기업이 전력 인프라 사업을 수주한 사례는 전무했다. 그만큼 아시아권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다는 얘기다.
 
구 부회장이 이라크 정부가 추진하는 변전소 프로젝트 계약식에 방탄조끼를 입고 현장을 찾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낸 것도 이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구 부회장의 도전정신은 현지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목숨을 내건 승부수가 불모지 개척의 첨병으로 작용한 것.
 
◇구자경 LS산전 부회장.(사진=LS산전)
 
당시 이라크 전력청(MOE: Ministry of Energy)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도 가능한 이라크 본토에 발을 들이지 않으려 하고, 일부 바이어들은 공항에서 회의만 갖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업 오너 경영인이 직접 악수를 나누고, 사업을 설명하는 모습에서 강한 신뢰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듬해인 2012년 이라크의 압둘마지드 차관은 사업 수행역량 평가 실사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LS산전 안양 본사를 방문한 차관 일행은 구 부회장과의 첫 공식회의에서 갑자기 메고 있던 자신의 넥타이를 풀고는 조용히 구 부회장 손에 쥐어줬다. 회의 참석자들은 돌발상황에 의아했지만 차관과 구 부회장은 마주보며 웃음만 지었다.
 
압둘마지드 차관은 방한 당시 사업장 실사는 물론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와 함께 LS산전의 스마트그리드 솔루션을 참관했고, 한 해 뒤인 2013년 5월에는 카림 아프탄 장관이 한국을 찾아 이라크 전력 인프라 구축에 있어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등 그린 비즈니스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 뒤 LS산전은 이라크의 첫 AMI 사업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 같은 구 부회장의 공격적인 해외시장 공략 기조는 가파른 수출 신장으로 이어졌다. 2011년 2억8393만달러, 2012년 3억6318만달러, 2013년 5억4926만달러의 수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LS산전은 지난해 제50회 무역의 날에 5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시장뿐만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LS산전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2년 8월에는 불가리아 얌볼(Yambol) 시티에 14.5메가와트(MW), 금액으로는 3033만 유로(한화 440억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구축을 완료한 데 이어 유럽산 점유율이 80%가 넘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해 25% 수준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LS산전이 이라크에 구축하고 있는 GIS 변전소 설비.(사진=LS산전)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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