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대선 패배 이후 혁신 기회를 실기한 국민의힘이 난파선처럼 가라앉고 있습니다. 당 혁신위원장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돌연 사퇴의사를 밝힌 후 당권 출마를 공식화하는 등 당 전체가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 등으로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의 윤곽이 명확해지고 있는데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주말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고, 당내 최다선인 6선의 조경태 의원도 잇따라 출마를 공식화했습니다. 원외에서는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이 출마 의지를 밝혔는데요. 직접 출마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원내에 나경원·장동혁 의원이 원외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가 거론되는 등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가 급격히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로운 인물보다 탄핵과 대선패배에 책임 있는 인물들이 거론되면서 집안싸움만 벌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혁신위원장을 내려놓고 당대표에 도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칼 들겠다" 안철수, '혁신위 거부'하고 당권 도전
안철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회를 거부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며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위원장 내정자로서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고 말했습니다.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맡겠다고 결정한 지 불과 닷새 만입니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 2일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혁신위원장으로 제안해 이를 수락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의식불명 상태인 당에 메시를 들겠다"고 강한 개혁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날 밝힌 사퇴를 한 배경에 대해 "당에서 거의 전권을 부여받았다 생각했지만, 구체적인 대화를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혁신'을 강조한 국민의힘이 사실상 도로 친윤(친윤석열)당에 머물러 있다는 주장입니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직 수락 후 인적 쇄신을 포함한 개혁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쌍권(권영세·권성동) 출당'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비대위와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갈등이 불거졌다는 설명입니다.
김문수·장성민·조경태…출마 선언 '당권경쟁 예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당권 도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서울희망포럼'에 참석해 "지금은 자유의 종을 울릴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해 사실상 당대표 출마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다만 김 전 장관은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며 "아직 전당대회 날짜도 안 정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의 핵심 참모이자 전 정부에서 초대 미래전략기획관을 지낸 장성민 전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했습니다. 그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보복, 법치 파괴, 외교 실종, 재정 파탄이란 복합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번 전당대회는 계파 간의 다툼이 아니라, 당의 설계도를 새로 짜야 하는 리셋의 시간"이라고 출마 의지를 밝혔습니다.
당내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도 지난 6일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했습니다. 조 의원은 "지금까지 비상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내란당의 오명을 계속 쓰고 있는 정당으로서는 희망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크게 변화하고 크게 혁신할 수 있는 사람이 당 대표를 해야 내년 지방선거를 잘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경원·장동혁·한동훈…침묵 속 출마 가능성 거론
이 밖에도 나경원·장동혁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식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전대 출마를 염두에 둔 사전 행보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인데요. 특히 한 전 대표의 거취는 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공정하고 책임감 있는 보수 정당을 만들 기회를 달라"고 해 사실상 출마 선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당내에서는 대선 주자로 나왔던 인물이 다시 나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도 있는데요. 김대식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대선에 패배했고, 정치는 결과와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음 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 의사를 밝힌 이들은 속속 등장하면서 당권 경쟁이 예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대선 패배에 책임 있는 인물들이 당권 도전에 나서며 '혁신'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가급적 새롭고 젊은 인물이 나와서 국민과 당원들에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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