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정수장학회 비밀회동' 사건을 보도한 혐의로 기소된 한겨레신문 최성진 기자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선고유예 형이 선고됐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4부(재판장 안승호)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기자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보다 가중된 징역 6월에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기자가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대화를 청취한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던 원심과 달리, 대화내용을 녹음하고 보도한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봤다.
우선 재판부는 "피고인이 최 전 이사장과의 전화통화가 종료된 이후,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제3자로서 최 전 이사장 등의 대화를 청취·녹음한 것은 불법"이라며 "따라서 해당 대화를 내용을 공개한 행위 역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화 청취·녹음은 해당 대화가 어떤 내용인지 탐색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에 불과하고, 공적 인물이더라도 자신의 의지에 반해 불법 녹음되고 공개될 염려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권리가 쉽게 제한되지는 않는다"며 녹음의 정당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대화의 내용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해당하더라도, 이를 공개해야 할 만큼 공익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며 "비실명요약보도를 넘어서 실명과 전문을 언론에 보도함으로써 그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지난해 10월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 지분매각을 했고,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더라도 대선은 두 달 뒤에 있어 그 효과는 감소했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 "해당 대화를 보도해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가 통신비밀이 유지됨으로써 얻어지는 법익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할 수 없다"며 공개행위에 대해서도 정당행위로 보지 않았다.
이어 "대화를 청취·녹음한 피고인이 관심을 가져오던 정수장학회 핵심인물이었고, 대화의 청취·녹음으로 알게 된 내용이 언론사가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었더라도 피고인이 대화 도중 최 전 이사장에게 전화통화버턴을 누르지 않았다는 사정을 고지하거나, 대화를 들어도 괜찮느냐고 물어보는 등의 행위가 전혀 불가능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앞서 1심 재판부는 녹음 부분에 대해 "적극적 녹음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작동하고 있던 녹음기능을 소극적으로 중단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녹음 행위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보도부분 역시 "녹음하고 있다는 자체를 신의성실원칙이나 사회상규를 어긴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녹음이 적법하게 평가된 이상 녹음 내용을 보도를 통해 공개한 것 역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로 판시, 징역 4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유예했다.
최 기자는 지난해 10월8일 최 전 이사장과의 전화연결이 끊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최 전 이사장이 MBC 관계자와 장학회 소유의 MBC 지분 매각을 논의한 대화 내용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몰래 듣고 불법적으로 녹음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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