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거덕' 서울교통공사)①(단독)지난해 산재 102건 '사상 최대'
2017년의 27건에서 3배 증가…산업재해율도 오름세
백호 사장, 산재 15% 줄이겠다더니…오히려 12% 늘어
지난해 노동자 감전사 2건…정부 안전평가 등급 '최하위'
2025-06-11 06:00:00 2025-06-11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차종관 기자] 지하철은 시민들의 발입니다. 그런 만큼 전동차와 역사(驛舍)는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서울 지하철은 안전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선 일하다 다치는 노동자가 갈수록 늘어납니다. 인력 부족에 따른 사고 우려도 커집니다. 역사에선 유해물질 배출 논란도 제기됩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안전을 뒷전에 둔 탓에 지하철에 대한 신뢰에도 균열이 가고 있습니다. (편집자)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산업재해 건수가 지난해 102건인 걸로 나타났습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설립된 2017년 산재 건수(27건)와 비교하면, 7년 사이 3배나 늘어난 겁니다. 서울교통공사는 2023년 백호 사장이 취임한 이후 산재 줄이기에 나섰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목표와는 반대로 산재 건수가 오히려 늘어난 겁니다. 올해는 국토교통부의 '철도안전관리 수준평가' 등급까지 떨어졌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C등급으로, 전국 24개 철도운영기관·철도시설관리기관 중 꼴찌입니다. 
 
서울교통공사, 7년 사이 산재 3배 늘어…건수 매년 '오름세'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산재 건수는 102건(근로복지공단 승인 기준)입니다. 2024년 9월 기준 서울교통공사 직원은 1만6827명(본사 917명, 현업 1만5910명)으로, 전체 근로자 중 재해자 비율인 '산업재해율'은 0.51%입니다. 지난해 산재 건수와 산업재해율은 서울교통공사가 출범한 이래 최고치입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메트로, 5~8호선을 운영하던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가 통합돼 설립됐습니다. 2017년 서울교통공사의 산재 건수는 27건, 재해율은 0.16%였습니다. 산재 건수와 재해율은 △2018년 36건, 0.21% △2019년 26건, 0.15% △2020년 60건, 0.35% △2021년 56건, 0.33% △2022년 72건, 0.43% △2023년 91건, 0.46% △2024년 102건, 0.51% 등으로 매년 오름세입니다. 
 
산재 줄이기 목표 내건 백호 사장…실상은 안전관리 'C등급'
 
서울교통공사는 2023년 5월 백호 사장이 취임하면서 '중장기 안전혁신계획(2024~2026)'을 세웠습니다. 백 사장은 서울시청 도시교통실장 출신으로, 취임과 동시에 산재 줄이기 등 안전정책 목표를 의욕적으로 내건 겁니다. 당시 계획엔 산재 줄이기 목표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가 있었는데, 이듬해(2024년)가 되면 산재를 취임 첫해(2023년)보다 15% 줄이고, 2025년엔 35%, 2026년엔 50% 감축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 산재 건수는 백 사장 취임 첫해보다 15% 줄어들기는커녕 12.09%가 늘어났습니다(91건 → 102건). 중장기 안전혁신계획엔 산재를 얼마만큼 줄이겠다는 목표치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산재 감축 방안과 예방대책 등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구호만 내세운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한 대목입니다. 
 
특히 지난해엔 단순히 다친 사람만 늘어난 게 아니라 사망자까지 발생했습니다. 한 달 간격으로 작업자들이 감전으로 숨진 겁니다. 지난해 6월9일 오전 1시36분쯤 지하철 3·6호선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작업 중이던 직원 A씨가 감전을 당해 1시 만에 숨졌습니다. 한 달 뒤인 7월17일 오전 8시52분쯤에도 4·6호선 삼각지역에 환기시설 안에서 투광등을 설치하던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 B씨가 감전돼 2시간 뒤 사망했습니다.
 
2024년 5월24일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왼쪽)이 서울 지하철 7호선 '의자 없는 열차'에 탑승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교통공사)
 
연이어 발생한 사망 사고와 매년 늘어난 산재로 인해 서울교통공사는 안전관리 등급에서도 꼴찌 점수를 받았습니다. 국토부는 지난달 22일 발표한 철도안전관리 수준평가에서 서울교통공사를 C등급으로 책정했습니다. 국토부 안전관리 평가 등급은 A부터 E까지 5개로 나뉩니다. 이번 조사에선 D와 E가 없었는데, 전국 24개 철도운영기관·철도시설관리기관 가운데 C등급을 받은 건 서울교통공사와 의정부경량전철㈜ 단 2곳입니다.
 
국토부 평가는 △사고지표(철도사고, 사상자, 운행장애 등) △안전관리(철도종사자·경영진의 안전인식, 안전수칙 이해도 등) △안전투자(철도운영자 등의 안전투자 계획, 집행실적) 등의 기준으로 점수를 매깁니다. 서울교통공사는 국토부 평가가 시작된 2018년 이래 대부분 C와 D를 받았습니다. 가장 평가가 좋았던 건 2022년과 2023년 B등급이었습니다. 국토부는 올해 서울교통공사에 C등급을 주면서 "철도교통·안전사고 및 사상자 수가 증가했다"라고 했습니다.  
 
9일 서울교통공사 노조원들이 서울 은평구 지하철 연신내역에서 열린 연신내역 전기직 노동자 산재 사망 1주기 추모행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는 서울교통공사 측에 지난해 이 회사 산재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에 관한 입장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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