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가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도입한 FTA 피해보전직접지불금 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크다. 현 수준으로는 설령 돈이 나와도 농가의 손해를 보전할 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우와 한우 송아지를 FTA 피해직불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고 FTA 체결로 한우 농가 수입이 기존 대비 90% 이하로 떨어지면 그 하락분만큼을 보전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운영 기간은 총 10년이다.
(사진제공=국립축산과학원)
직불금 제도는 농가 소득보장을 통해 농민 복지를 달성하겠다는 농축산부의 핵심 추진과제다. 농가는 한우 기준가격과 출하 마릿수, 조정계수 등을 계산해 직불금을 받는다.
그러나 농민들은 직불금이 턱없이 낮다는 불만이다.
6일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낸 방법으로 직불금을 계산하면 한우 한마리당 1만3000원, 송아지는 5만7000원을 받는 셈"이라며 "시중 성우(成牛) 가격을 생각할 때 현실적으로 납득이 안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FTA 체결에 따른 농가의 실질소득 감소분을 보전하려면 물가상승률을 따져 직불금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기준가격 산정방식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는 직불금 지급의 기준인데, 농민이 직불금을 신청할 때의 한우 값이 아니라 직전 5년간의 평균값으로 계산된다.
이러다 보니 현재의 물가를 반영하지 못해 직불금 지급 수준이 현실적이지 못 할 뿐 아니라 기준가격에서 해당 연도가격이 10% 이상 떨어져야 직불금을 받는다는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직불금 자체를 못 받는 일도 생길 판이다.
조정계수에 수입기여도를 넣은 것도 문제다. 이는 직불금에서 FTA 관세 인하 효과를 뺀다는 것으로 순수하게 외국 쇠고기 수입으로 가격이 내려간 부분만 보전한다는 의미다.
농축산부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올해 기준 한우와 송아지 수입기여도는 각각 24.4%와 12.9%로 나타났다. 즉 FTA 체결로 한우 가격이 내려가도 그 중 24.4%는 관세 인하에 때문이니 농민은 75.6%의 손실분만 보전받는 셈이다.
정부가 FTA 피해직불금 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는 수입기여도 항목이 없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처음에는 정부만 믿고 한우 값이 90% 밑으로 내려가면 다 보상받는 줄 알았다"며 "이제 와 수입기여도를 반영하겠다는 건 직불금 예산을 조금이라도 아껴보려는 얄팍한 셈법이며 농민을 우롱한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자치단체의 FTA 피해보전직접지불금 지원제도 안내문(사진제공=전라남도 보성군 홈페이지)
이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회 관계자는 "가장 시급한 것은 직불금 계산에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이 연간 3%를 넘어서면 그 초과분만큼 직불금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물가가 미반영된 직불금은 수혜자가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주홍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내고 직불제 개편 움직임에 동참했다.
개정안은 직불금 기준가격을 과거 5년 평균값의 90%에서 95%로 완화하고, 직불금 단가도 기준가격과 해당연도 평균값 차액의 90%에서 100%로 인상하는 방안을 담았다.
또 현행 10년인 직불금 지급 기간을 늘리자 의견도 있다. 한-미 FTA에 따른 주요 품목의 관세철폐는 10년 이상 장기간 진행되므로 단기적으로는 관세 인하 폭이 작지만 관세가 완전히 없어지면 가격 폭락에 따라 한우 농가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업경제학회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면 국산 한우 자급률은 20%대까지 내려갈 전망"이라며 "미국산 쇠고기 관세 철폐 이후에도 농가 소득을 보전하려면 현재 10년인 FTA 직불제 지원기간을 더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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