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권리찾기(21)전산장애로 주식 매매 타이밍 놓쳤다면
2011-12-23 14:41:28 2011-12-23 14:42:50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금융은 필요할 때 자금을 융통해 경제주체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금융제도나 정책적 오류·부실, 금융회사의 횡포, 고객의 무지와 실수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금전적·정신적 피해와 손실,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소비자들이 이런 손실과 피해를 입지 않고 소비자로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례를 통해 보는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21)
 
직장인 김 모씨는 상장 예정인 OO정보통신 주식을 매매하기 위해 박 모씨로부터 장외 매매거래 등을 통해 매수약정을 맺었다.
 
김씨는 이 종목의 신규상장일에 정상적으로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 개장시간 이전인 오전 8시39분, 주식을 팔기로 한 박씨의 증권사(A증권) 계좌에서 김씨의 증권사(B금융투자) 계좌로 2000주의 계좌대체를 신청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전 8시10분~10시55분 사이 한국예탁원에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전산장애로 주식계좌대체 서비스가 일시 중단돼 김씨의 증권사 계좌로 계좌대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는 오전 9시40분부터 수차례 주식 매도 의사를 밝혔으나 결국 원하는 시간에 주식거래를 하지 못했다.
 
예탁원의 전산장애는 이날 오전 10시51분경 복구됐다. 하지만 박씨가 거래하는 A증권사는 실시간 계좌대체 약정이 체결돼 있지 않아 수작업 방식으로 계좌대체를 처리해야 했다.
 
수작업 처리로 10~20분 계좌대체가 지연돼 결국 OO정보통신 주식은 이날 오전 11시17분이 돼서야 김씨의 증권사 계좌로 입고됐다.
 
때문에 주식 매수 후 주가가 올라가던 시점에서 OO정보통신 주식을 되팔려 했던 김씨는 전산장애가 복구된 후에야 주식을 팔 수 있었다. 하지만 주가는 김씨가 당초 팔려던 시점보다 이미 떨어진 상태였다.
 
김씨는 "전산장애만 없었다면 개장 전에 제대로 주식을 입고받아 상한가를 기록할 때 주식을 팔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예탁원은 전산장애 당시 기록했던 상한가 1만9550원과 실제 매도가 가능해진 시점에서의 가격 1만5600원과의 차액을 기준으로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예탁원측은 "김씨가 상한가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매도주문 기록 등 관련 근거가 부족해 수용하기 곤란하다"며 "상한가가 아닌 거래량 가중 평균가격을 적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예탁원은 또 "전산장애에 따른 책임은 전산복구 시점(10시55분)까지만 해당된다"며 "증권사가 수작업으로 처리해 김씨 계좌로 입고가 늦어진 것까지 책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김씨의 요구대로 실제 입고된 시점인 11시17분 기준으로 보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탁원의 자체 보상기준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김씨는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분쟁조정위원회는 손해배상액 산정기준을 '장애시간 중 거래량 가중평균가격'에서 '김씨 계좌로 계좌대체가 완료된 시점(11시17분)의 현재가'를 공제한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양측의 입장을 절반씩 수용한 것이다.
 
위원회는 "김씨가 장애시간 중인 오전 9시40분 경 주식 매도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매도주문을 낸 자료가 없어 상한가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장애기간 중 실제 체결된 거래량을 고려해 평균가격을 산정하는 예탁원 기준에 따라 '거래량 가중평균가격'을 기준으로 보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보상시점에 대해서는 김씨의 주장대로 김씨의 계좌로 주식입고가 완료된 시점인 오전 11시17분의 현재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산장애가 없었다면 A증권사가 수작업으로 계좌대체를 처리할 필요가 없었던 만큼 김씨는 주식거래 개장시간인 오전 9시 이전에 주식을 입고 받아 정상적인 거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며, 김씨 입장에서 실질적인 복구시점은 김씨가 주식을 입고받아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는 점이 감안된 것이다.
 
허환준 금감원 분쟁조정국 변호사는 "주식매매시 전산장애가 발생했다고 모두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상을 받기 위해선 장애 기간 중 매수 또는 매도 주문 기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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