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내달 산업경기를 바라보는 제조업 업황 전망에 긍정적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악화'를 지속하던 내수와 수출 업황에 대한 전망이 '개선'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7월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투입까지 가시화될 경우 유동성 회복에 따른 긍정적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9개월 만에 회복세가 예상되는 채산성과 생산성 상승 전망까지 국내 제조업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수출은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관세 불확실성과 중동발 영향까지 가세하면서 올해 하반기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2일 산업연구원(KIET)의 '전문가 서베이 지수'를 보면, 7월 제조업 업황 전망은 4개월 만에 PSI 기준치(100)를 상회한 104를 기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7월 업황, '내수' 개선 전망
22일 산업연구원(KIET)의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총 121명 전문가, 171개 업종 응답)'를 보면, 7월 제조업 업황 전망은 4개월 만에 PSI 기준치를 상회한 104를 기록했습니다. PSI 기준치는 100(전월 대비 변화 없음)으로 0에 근접할수록 감소(악화) 의견을, 200에 가까울수록 전월보다 증가(개선) 의견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새 정부 출범 시기와 맞물린 6월 업황 현황은 기준치를 하회한 9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준치를 소폭 하회했으나 전월과 비교해서는 3포인트 오른 수준입니다. 내수와 수출, 생산이 기준치를 밑돌고 있지만 전월보다 소폭 오른 값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내달 업황 전망은 PSI 기준치를 상회하면서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추경 집행의 본격화를 앞둔 가운데 내수 전망은 기준치를 넘어선 104를 기록했습니다. 내수 전망치는 생산(106)과 동반 상회한 겁니다.
채산성은 9개월 만에 기준치를 넘어선 102를 기록했습니다. 유형별로 보면 정보통신기술(ICT·105) 부문이 기준치를 여전히 상회하는 데다, 소재(100) 부문도 8계단 오른 회복세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98로 기준치를 밑도는 기계부문도 전월과 비교해 14포인트 오르는 등 두 자릿수 상승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업황별로 보면 바이오·헬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업종이 기준치 상회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반면 가전, 섬유, 자동차 등의 업종은 여전히 100을 밑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수와 수출 업종 간의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전월보다 1포인트 올랐지만 기준치를 밑돌고 있는 수출(95) 전망은 하반기로 갈수록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부는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내수진작 등을 담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사진=뉴시스)
"수출 암울…기회 요인 찾아야"
트럼프 관세 영향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는 대미 경상수지의 흑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김성준 한국은행 국제수지 팀장은 지난 20일 대미 경상수지 전망과 관련해 "관세 정책 영향이 하반기에 더 크게 나타나 올해 흑자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고 현재 진행 과정으로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다.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글로벌 통상질서 재편에 따른 리스크가 가장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88.9%에 달하는 높은 수출입 의존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산업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수출 상위 5대국 비중은 한국 55.1%, 중국 38.9%, 미국 48.1%, 일본 57.1%, 독일 31.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위 5대 품목 비중은 중(20.8%), 미(24.9%), 일(32%), 독(23.5%)보다 높은 38.2%에 달합니다.
주된 리스크로는 경제안보와 기술 패권 경쟁의 격화, 규범 기반 질서에서 정책 기반 질서로의 전환, 중국발 공급망 구조 변화의 영향 등이 지목됩니다.
이준 산업연 경영부원장 선임연구위원은 "5월 우리 수출은 1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 이는 트럼프 관세 효과가 글로벌 경제에 본격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라며 "우리가 찾아야 할 해법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회 요인으로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자국 산업 보완재로 한국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공급망 내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의 여지가 크다"며 "디지털·환경·에너지 전환 등 새로운 산업 질서 속에서 표준 선도국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디지털 무역, 탄소국경조정, ESG 공시제도 등에서 기술 기반 제도 수출이 가능하다"고 제시했습니다.
또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신통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시장 다변화, 공급망 다변화, 생산기지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한국은 아세안(ASEAN), 중동중남미, 아프리카 등과 FTA(자유무역협정), ODA(공적개발원조), 기술협력 기반을 바탕으로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산업·통상 정책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단순한 수출 확장이 아닌 전략산업 육성, 공 급망 회복탄력성 확보, 규범 경쟁력 강화, 다자-소다자-양자 통상전략의 정합성 확보 등 새로운 축을 중심으로 통상전략의 전면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스라엘·이란 사태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습니다. 코트라 중동지역본부 측은 "단기영향은 사태 장기화 시 물류 등 영향이 우려된다. 장기 영향은 중동 수요시장 위축 및 물류 차질에 따른 수출 타격"이라며 "사태 장기화 시 대체시장 발굴, 공급선 다변화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성준 한국은행 국제수지 팀장은 지난 20일 대미 경상수지 전망과 관련해 "관세 정책 영향이 하반기에 더 크게 나타나 올해 흑자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고 현재 진행 과정으로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다.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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