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지난 2024년 6월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희생자들의 유해가 남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가족 측이 아리셀 공장 건물과 토지에 대해 신청한 가압류가 모두 해제되면서 유해 수색에 난항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아리셀 공장 건물과 토지를 소유한 모회사 에스코넥이 이를 처분해 소유권이 다른 곳으로 넘어간다면 유해 수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가족 측은 신속한 유해 수색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23일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1심 선고가 열린 수원지법 앞에서 참사 유가족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11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로 유가족 10명이 화성시 서신면 소재 아리셀 공장 건물과 토지에 신청한 가압류는 모두 해지됐습니다. 아리셀 측과 유가족 간 배상 절차가 마무리됐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지난 2024년 9월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이 재산을 은닉해 배상을 회피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같은 해 11월 이를 인용했습니다.
공장 내부 유해 남아 있지만 처분 막을 수 없어
아리셀 공장 내부에는 여전히 희생자들의 유해가 남아 있음에도, 이번 가압류 해지로 에스코넥은 공장 건물과 토지 매매에 편하게 나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압류는 소유자인 채무자가 함부로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채권자가 신청하는 제도입니다. 가압류가 설정된 건물 및 토지와 같은 물건도 매매할 수는 있지만, 등기부등본 등에 가압류 사실이 명시돼 통상 매수인들은 구매를 기피합니다.
현재 아리셀 공장 건물과 토지를 소유한 에스코넥이 유해 수색을 거부하고 아리셀 공장 건물과 토지를 매물로 내놓으면 유가족 측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아리셀 공장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서 에스코넥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처분하고 싶을 것"이라며 "가압류로 처분에 제한이 있었지만 지금은 해제됐으니 언제든 처분될 수 있다. 국가나 지자체 소유가 아닌 민간의 소유여서 처분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유가족에 따르면 참사 당시 희생자 23명 중 온전한 상태의 시신은 단 3구였으며, 나머지 20구는 팔과 다리 등 일부가 소실됐습니다. 이로 인해 유가족들은 시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로 장례를 치러야만 했습니다.
지난 2024년 8월28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수원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멈춰버린 유해 수색 작업 "신속히 나서주길"
현재 남은 유해에 대한 수색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참사 직후 경찰과 소방 당국은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했지만, 불에 탄 리튬전지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유출돼 수습에 난항이 있었습니다. 또 공장 건물이 화재로 심하게 무너져 모든 유해를 수습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건물 붕괴 우려로 내부 진입이 어렵다 보니 유해 수색을 위한 진입은 차일피일 미뤄지는 실정입니다. 내부 진입을 위해서는 아리셀 혹은 모회사인 에스코넥이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우선 실시해야 하는데, 민간 소유의 건물이어서 국가기관이 이를 강제할 수도 없습니다. 에스코넥 허가 없이는 유해 수색 자체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참사 당시 공장 내부에는 불에 탄 리튬전지로 인한 화학물질 누출로 위험이 높아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다시 수색에 나서려면 이러한 위험 요소에 대한 안전이 확보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에스코넥의 안전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민간 소유의 건물이어서 경찰이나 지자체가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유가족 대리인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신하나 변호사는 "가압류가 설정됐을 당시에도 에스코넥이 건물과 토지를 못 팔았던 상황은 아니지만, 가압류가 해제돼 에스코넥은 이를 언제든 처분할 수 있다"며 "유가족의 슬픔을 하루빨리 해결하기 위해 유해 수색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상황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은 경기도청과 경기남부청 등에 신속한 유해 수색을 요청했지만, 아직 수색 진행 여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구속된 박 대표에게도 유해 수색을 위한 절차 진행을 요청했으나 '검토하겠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참사 발생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유해 수색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이 없는 셈입니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활동가는 "에스코넥이 공장 건물과 토지를 판매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유가족들은 유해를 찾지 못할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사건이 발생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서인지 유해 수색에 대한 추진력이 사라져 어떤 국가기관도 나서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건물 내부 진입이 위험한 만큼 관련 전문 역량이 있는 경찰의 유해 수색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경찰뿐만 아니라 지자체 등이 공권력을 발휘해 신속한 유해 수색에 나서길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최근 경기도청과 함께 유해 수색에 대해 의견을 나눈 바 있으며, 경기도청이 유해 수색을 결정하면 경찰은 관련 역량을 동원해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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