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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9일 16:2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와 맞닥뜨렸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이미 흔들린 상황에서 나프타 가격 급등과 원료 수급 차질까지 겹치며 부담이 한층 커졌다. <IB토마토>는 전쟁이 불러온 원가 압박과 공급망 마비의 실태를 진단하고 이번 위기를 계기로 중동 의존도를 낮출 원료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중심의 사업 재편 방안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의 저가 공세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범용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해 온 국내 기업들은 원료 다변화에 성공한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추세다. 국제 유가 변동에 취약한 나프타 의존적 구조가 이번 중동 분쟁을 계기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적 결함으로 지목되며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남 여수시 석유화학단지. (사진=연합뉴스)
국내 석화 수출 6% 감소 전망
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석유화학 업체들은 이미 석탄과 메탄올 등을 활용한 원료 다변화 공정을 안정적으로 구축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는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원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로 인해 한국석유화학협회(KCCI)는 올해 국내 석유화학 수출이 전년 대비 6.1%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중국의 물량공세와 유가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도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원인 중 하나다. 시장조사기관 ICIS와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 내 과잉설비 문제로 인한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 내 일부 석유화학 제품은 한국산보다 평균 15-20% 저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의 메탄올 수요가 올해 전 세계 수요의 약 7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중국이 나프타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내 대체 원료 체계를 강화했음을 뒷받침한다.
반면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기업들은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국면에서 중국 업체들은 원가 충격을 완충하며 제품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마진이 축소되거나 역마진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특히 전쟁으로 인한 중동지역 긴장 고조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이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직접적인 생산 차질을 유발하고 있다. 아시아 정유업체들이 중동산 원유의 대체 물량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해 생산감축을 검토하거나, 일부 시행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사들도 원료 부족과 가동률 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나프타 중심의 수익구조가 산업위기 초래
이러한 위기는 과거 석유화학 산업의 호황기에 안주해 나프타 중심의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지 못한 탓이 크다. 정부와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구조적 위기로 인식하고 본격적인 산업 재편에 착수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2월에는 2조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포함한 첫 번째 구조조정안을 승인했다. 이번 지원안은 단순한 자금 수혈을 넘어 설비 통폐합과 가동 축소를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가 HD현대케미칼(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과
롯데케미칼(011170)의 사업재편을 승인하면서 '대산 프로젝트'가 석유화학 1호로 확정됐다. 롯데케미칼은 대산 사업장을 분할한 후 현대케미칼과 합병해 110만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총 1조 2000억원을 출자하고 정부는 대산 프로젝트 사업재편 지원을 위해 영구채 전환 및 신규 자금지원 등 총 2조 1000억원의 지원패키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기업 차원에서도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이 분주하다. 최근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수익성이 낮은 범용 제품 라인의 가동률을 대폭 낮추고 고부가 및 특화 소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중국의 물량 공세와 중동의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한 공습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체질 개선이 얼마나 신속하게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과정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나프타 단일 원료에 의존해온 한국식 모델은 당분간 수익을 내기 어렵다"라며 "구조조정과 설비 재편을 통해 범용 비중을 줄이고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영역으로 이동하는 게 지금으로선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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