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배송, 참 편리하다. 새벽배송은 밤 11시나 자정까지 받은 주문을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소비자 가정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은 우유나 기저귀가 갑자기 떨어져도 밤중에 주문하면 아침 일찍 받아 볼 수 있다. 낮에 집을 비우는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는 생활용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배달의 민족’인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배달의 끝판왕이 새벽배송이다. 외국에서는 2~3일 배송이 일반적이다. 당일 또는 익일 배송은 대도시의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자에 한해 제공될 뿐이며, 새벽배송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좁은 공간에 인구가 밀집해 배송 효율이 높다.
새벽배송은 기존의 시설과 프로세스를 그대로 두고 단지 시간만 줄인다고 되지 않는다. 수많은 소비자의 다양한 품목에 대한 주문을 접수에서 배송까지 7~8시간 이내에 처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소비자 주거지 인근에 물류캠프(배송 직전의 상품을 분류·적재하는 소형 물류 거점)를 설치하고 거기에 미리 물건을 갖다 두어야 밤에 접수된 주문을 처리해 새벽까지 배송을 완료할 수 있다.
한 대학 교수는 아침 10시까지 온라인에 올려야 하는 동영상 강의를 그 전날 저녁에 집에서 녹화하던 중 마이크가 고장 나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가 쿠팡에 주문해 새벽에 받은 새 마이크로 무사히 동영상 녹화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이게 가능하려면 그 교수의 집 근처 물류캠프에 마이크를 미리 갖다 두어야 한다. 누가 무엇을 언제 주문할지 예측해 가까운 곳에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수백만 명의 소비자가 주문하는 수만 개의 단품을 매일 매일 새벽배송하려면 공급업체로부터 소비자 가정에 이르는 전 과정이 촘촘히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끄럽게 돌아가야 한다. 수요예측에서 발주, 매입, 입고, 분류, 주문 접수, 포장, 출고, 배송, 재고관리, 반품 처리 등의 모든 활동을 일괄적으로 통합해 전산으로 자동화해야 가능하다.
이처럼 정교한 운영이 필요한 새벽배송은 아무나 못 한다. 대규모 자본과 과감한 혁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쿠팡은 새벽배송을 위해 수조 원을 투자해 전국에 100개 이상의 물류캠프를 설치하고 직매입과 직배송의 시스템을 운영한다.
유통시장에 후발로 진입한 쿠팡, 마켓컬리 등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도입한 새벽배송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으며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쿠팡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와우멤버십 회원 수는 약 1500만명으로 추정된다. 새벽배송이 보편적 서비스로 확산되며 여러 가지 부작용을 키우고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새벽배송은 쏠림 현상을 가속화해 쿠팡의 독과점 구조를 고착시킨다. 새벽배송이 일반화하는 상황에서 동네 슈퍼마켓과 전통시장 등의 소규모 소매점은 고사 위기에 몰린다. 소비자가 근린 상가에서 한두 개 사던 물건을 다 새벽배송으로 사는 것이다. 한때 시장을 지배하던 대형마트도 새벽배송에 밀려 쇠퇴 일로에 놓여 있다.
새벽배송이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을 조장한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새벽배송은 소량 주문, 과대 포장, 개별 배송 등을 활성화해 자원의 비효율적 활용과 쓰레기 양산의 결과를 초래한다. 개별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인류 전체의 환경이 파괴된다. 친환경 경영에 중점을 두는 ESG와 역행하는 새벽배송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와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9일 경기 성남시 야탑 쿠팡로지스틱스(CLS) 배송캠프에서 새벽배송 기사의 일상 업무 전 과정을 경험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강도의 노동환경에 따른 과로와 재해이다. 흔히 새벽배송은 사람을 갈아 넣는다고 한다. 야간에 시간과 싸우며 산더미처럼 쌓인 물량을 빠르게 분류하고 배송하는 과정에서 노동자가 혹사당한다. 새벽 배송에 관여하는 노동자들이 재해를 입거나 과로사하는 사고가 늘어나며 노동 강도를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벽배송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새벽배송의 편리함에 수반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새벽배송은 많은 자원과 인력이 투입되는 고비용 맞춤형 서비스다. 지금까지 새벽배송에 소요되는 비용을 이커머스 업체와 소비자들이 충분히 감당하지 않고 입점 업체, 노동자, 사회 전반에 전가해 왔다. 앞으로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새벽배송의 비용을 혜택과 이익을 보는 당사자들이 지불하는 방향으로 해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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