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배우자 김영식씨 등이 벌이는 'LG가 상속분쟁'이 공개 재판으로 진행됐습니다. 재판에선 구본무 선대회장이 구광모 회장에게 경영권 관련 재산을 승계한다는 취지의 '병상 유지(遺志) 메모'에 대한 구체적 증언이 나왔습니다. 그간 김씨 측은 병상 유지가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구광현)는 27일 김영식씨와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등 세 모녀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 청구 소송 세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세 모녀가 2023년 12월 소장을 접수한 뒤 두 차례 변론기일이 진행됐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재판은 돌연 변론준비기일로 전환됐고 비공개로 진행됐었습니다. 이어 지난 9월30일 준비절차가 마무리됐고 1년여 만에 이날 변론기일은 공개로 진행된 겁니다.
이날 재판엔 LG그룹 재무관리팀에서 일했던 박장수 LX하우시스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 CFO), 직원 박모씨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습니다. 박 부사장에 따르면, 그룹 재무팀의 주요 업무는 구씨 일가의 개인 재산을 관리하는 겁니다. 그는 재판에서 이를 '심부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김영식씨 등 세 모녀는 상속재산 분할을 총괄한 그룹 재무팀이 자신들을 속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 모녀는 구광모 회장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하범종 LG그룹 사장(당시 재무관리팀장) 등에게 속아 불리한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하게 됐다고 호소했고, 소송을 제기하게 됐습니다.
구광모 회장 측은 구본무 선대회장의 LG그룹 지분 11.28% 중 8.76%를 승계받은 배경으로, LG그룹의 가풍인 장자 승계 원칙과 구 선대회장의 병상 유지 메모를 지목했습니다. 구 선대회장이 2017년 4월 병상에서 구 회장에게 경영권 관련 주식을 승계한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는 겁니다.
다만 이 메모는 현재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구광모 회장 측은 유지를 확인한 후 메모를 폐기됐다고 주장하고, 세 모녀 측은 원래부터 유지 메모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이번 소송에선 메모의 존재 여부가 주요 쟁점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날 법정에서는 메모의 내용과 폐기 경위에 대한 구체적 증언이 나왔습니다.
그룹 재무팀 소속인 박모씨는 "유지 메모를 봤다. A4 용지 한 장이었고 손으로 쓴 건 아니고 타이핑돼 있었다"며 "'구본무의 주주단 경영재산은 구광모에게 승계한다'라고 쓰였다. 아래쪽엔 '구본무'라고 한글로 서명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날짜는 "2017년 4월이고, 월까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씨는 메모를 폐기한 경위에 대해 "제가 폐기했다"며 "제 책상 옆 캐비닛에서 보관하다가 상속분할 협의가 마무리됐고 구광모 회장에 대한 상속 조사도 다 끝나서 2021년 하반기쯤 김성기 상무(LG그룹 재경 임원)에게 보고하고 폐기했다"고 말했습니다.
박씨의 증언 이후 세 모녀 측은 구광모 회장이 상속재산 분할 협의보다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았다는 데 중점을 두고 변론했습니다. 세 모녀 측은 "경영재산과 개인재산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며 "구광모 회장 측이 주장하는 경영재산 계좌에서 한남동 자택 경비비와 전기세 등이 나가는 등 개인적 거래도 확인된다"고 했습니다. 구광모 회장이 상속재한 분할 협의와 달리 구본무 선대회장의 개인재산까지 상속받았다는 주장입니다. 아울러 구 회장의 상속세를 김씨의 재산으로 내는 등 재무팀이 자신들을 속였다고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박 부사장은 "경영재산과 개인재산을 구분할 수 있다"며 "(김씨 등에게) 상속세 관련해 사전에 모두 보고했다"고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