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LG그룹 일가의 2조원대 상속분쟁이 2년째 공회전 중입니다. 변론준비기일만 1년6개월가량 진행되는 등 법정 다툼이 장기화 되고 있습니다. 지켜보는 이들의 피로감도 자연스레 높아졌습니다.
앞서 지난 2023년 2월 고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배우자 김영식씨 측은 아들인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김씨 측은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남긴 2조원대 재산의 법정 상속비율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구광현)는 22일 김씨와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 청구 소송 변론준비기일을 비공개로 진행했습니다.
김씨 등이 이번 사건의 소장을 접수한 건 지난 2023년 2월입니다. 재판부는 2023년 7월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습니다. 변론준비기일은 변론기일 진행을 '준비'하기 위해 쟁점을 정리하고 필요한 사항 등을 챙기는 절차입니다. 이후 2023년 10월5일과 11월16일, 두 차례 변론기일이 진행됐습니다. 두 차례 변론기일에선 강유식 전 LG경영개발원 부회장과 하범종 LG경영지원부문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습니다.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던 재판은 돌연 변론준비기일로 전환됐습니다. 변론기일을 진행하다가 변론준비기일을 다시 여는 건 이례적입니다. 특히 해당 사건의 경우 2023년 12월부터 이날까지 변론준비기일만 여섯 차례 진행했습니다. 내달 27일 변론준비기일이 또 지정됐습니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론기일을 하다가 준비기일로 전환하는 게 아주 특이하다고는 할 수 없는데, 1년6개월간 준비기일만 여섯 차례 하는 건 특이하다”면서 “대부분 민사소송은 준비기일 자체를 잘 안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서부지법 관계자는 “변론 중간에 변론준비기일로 회부하는 일도 왕왕 있다”며 “애초 준비기일 자체가 민사소송법에 먼저 들어왔고, 준비기일 자체는 (형사사건보다) 민사사건에서 더 많이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비공개 재판을 위해 변론준비기일을 계속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준비 절차를 오래 하는 경우는 있을 순 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준비기일은 비공개로 진행되니까 양측에서 비공개 재판을 원해서 준비기일 절차를 오래 할 수도 있다. 다 정리가 되면 마지막으로 변론기일을 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김씨 측은 이날 구광모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10명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구 회장 측도 증인을 신청할 예정인 걸로 전해졌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준비기일에서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한편, 2018년 5월 세상을 떠난 구본무 선대회장은 지주사인 LG 지분 11.28%를 포함해 2조176억원의 재산을 남겼습니다. 구광모 회장은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LG 지분 8.76%를 받았습니다. 김씨 등 세 모녀는 LG 주식 일부(연경씨 2.01%, 연수씨 0.51%)와 부동산·금융상품·미술품 등 4950억원 규모의 재산을 상속했습니다. 민법상 상속 비율(배우자 1.5, 자녀 1명당 1) 대신 LG그룹의 가풍인 ‘장자 승계 원칙’에 따른 겁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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