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게임 강자로 떠오른 중국과의 대등한 게임 교역이 차기 정부의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23일 게임계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 게임 최대 수출국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 게임백서'를 보면, 2023년 한국 게임 수출국 1위가 중국(25.5%)입니다. 그 뒤를 동남아(19.2%)와 일본(13.6%), 북미(14.8%)가 이었습니다.
세계 게임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양강 체제입니다. 2023년 시장 점유율은 미국(22.4%)과 중국(20.9%)이 엇비슷했습니다. 그 뒤를 일본(9%)과 한국(7.8%)이 이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현지 사업 안정성 떨어져
중국 게임의 품질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네오위즈(095660) 'P의 거짓'과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 '퍼스트 버서커: 카잔',
크래프톤(259960) '인조이' 등으로 패키지 게임 경쟁력을 높여왔지만, 그 사이 중국은 괄목상대할 만한 개발력과 내수의 힘을 과시했습니다.
대표 사례는 지난해 8월 게임 사이언스가 출시한 '검은신화: 오공'입니다. 이 게임은 출시 사흘 만에 1000만장이 팔리며 콘솔·PC 패키지 게임의 총아로 주목받았습니다. 호요버스의 온라인 기반 콘솔·PC·모바일 게임 '원신'은 2020년 출시 뒤 인기를 유지하며 2023년 9억4400만달러로 세계 모바일 매출 4위를 기록했습니다.
한편으론 중국의 배짱 영업이 한국 게임사의 앞길을 막고 있습니다.
위메이드(112040)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게임사 상해킹넷이 '미르의 전설 2' IP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회사를 자회사로 인수한 뒤 로열티 안 내는 행위를 반복해왔다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당시 위메이드 법무팀 관계자는 "텐센트처럼 중국의 좋은 회사와 계약하지 않고 나쁜 회사와 거래하면 중국 사업 체계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떼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불안정한 판호 발급 문제 해결도 시급합니다. 게임 업계에선 중국이 개발력을 키운 뒤 사드(THAAD) 발 한한령 이전보다 판호 관문을 넓혔지만, 제도의 안정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자료=각 사)
판호 발급 후 현지 출시 준비 중인 게임은 엔씨 '리니지2M', 위메이드 '미르M(중국명 모광쌍용)'입니다. 위메이드는 '미르4' 판호 발급을 위한 준비를 마쳤고, '나이트 크로우'도 판호 발급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자료=각 사)
중국 업체가 한국에서 쉽게 모바일 게임 매출을 올린 뒤 떠나기를 반복하지만, 한국 게임사는 중국 내 사업이 자유롭지 않아 불공평하다는 불만도 끊이지 않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보다 나은 게임을 낼 정도로 개발력이 높아졌다는 자신감 때문에 판호도 예전보다 잘 나오고 있어서, 한국 게임사가 판호 때문에 서비스 못 한다는 핑계를 대기 어려워졌다"면서도 "중국은 한국 게임을 판호로 막고 중국 게임은 한국에서 돈 버는 불균형 문제는, 한국 정부가 중국과 호혜적인 관계 확보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게임 업계는 중국이 최근 판호 발급을 늘렸지만 현지 사업에 대한 장벽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한다. (이미지=챗GPT)
"수출시장 다변화 필요"
정부는 게임 무역 불균형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에나 진전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5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내고 중국 통상 협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는데요. 첫 단계는 중국 국가신문출판국·문화여유국과의 한중 국장급 회담을 추진하는 겁니다. 다음으로 한중일 문화콘텐츠산업 포럼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판호 문제 등 공정 경쟁 환경을 논의합니다.
주중 한국문화원과 해외 콘텐츠 비즈니스센터를 연계하고 중국 시장 정보 공유와 상시적 현지 소통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도 안 돼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 대선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한국문화원과 비즈니스센터의 소통은 지속하고 있다"며 "중국 중앙정부와 국장급 면담을 추진하기 위해 연락하고 있으나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에서 온라인 게임을 포함한 서비스 산업 협상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계에선 게임사의 수출 시장 다변화와 민관 협력 강화, 내수 경쟁력 확보 등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김태규 인제대 게임학과 교수는 "한국이 중국의 게임 정책에 대응해 실효성 있는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대응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한국이 중국 게임 시장 의존도를 완화하고 동남아·중동·유럽 등 수출 시장 다변화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문체부와 외교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협업해 중국 측과 정기적 소통 창구를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한국 내 게임 규제 개선과 인디게임 지원 확대를 통한 내수시장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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