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열린 생태계, 닫힌 생태계
2025-11-26 06:00:00 2025-11-26 06:00:00
책은 지식의 보고라고 한다. 사람의 다양한 이해와 체험을 축적한 것을 지식이라고 한다면 우리 인간은 다양한 이해와 체험을 간접경험해 자신의 삶을 심층적이고 풍부하게 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면에서 위대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지식의 발전과 전파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생산 속도를 소비 속도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지적 호기심이 많고 지식 소비 속도가 빠른 사람이라도 자신이 접하는 다양한 지식을 체계화하고, 나중에 다시 상기해 고양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SNS를 통해 전달되는 동영상 정보는 깊이가 얕고 편향적이다. 결과적으로 집에는 책이 쌓인다. 더 나쁜 것은 내가 읽은 책에서 내가 필요한 정보를 다시 찾아 보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멈춰설 수도 없고, 나아갈 수도 없는 지식과의 전쟁에서 진퇴양난이다. 
 
그래서 전자책과 전자책 관리 기능은 대안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디지털 정보이므로, 자리를 차지하지 않고 색인 기능으로 독자가 재미있게 보았던 정보를 나중에 바로 찾아 볼 수 있으니, 훌륭한 참고자료 관리 자원으로 쓸 만하다. 사실 학술 분야에서는 엔드노트와 같은 논문자료 색인 기능을 제공하는 관리 방법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주 중요한 논문이 아니면 인쇄해 살펴보는 일은 드물다. AI를 사용해 내용 요약을 하거나, 필요한 색인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일반 도서에서는 이런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일반 도서를 판매하는 온라인서점 중 일부에서는 독서 일지와 독서 색인을 함께 제공한다. 문제는 이런 독서 일지와 독서 색인에는 해당 서점에서 판매한(또는 구매하거나 대여한) 책들만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도서 판매와 연결해 개발한다는 목적을 생각한다면, 이런 접근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네트워크 경영전략 관점에서 이런 전략적 접근이 정당한 것일까? 이것이 열린 생태계, 닫힌 생태계 문제이다. 
 
현대 사회에서 기업이 훌륭한 서비스를 구축하려면 자신만의 역량과 자산으로는 불가능하다. 그것이 기업 간의 역량을 교환하는 연결 관계를 구축하게 되는 필수적인 이유이고, 그 관계가 마치 생태적 균형을 이루는 생태계와 같다는 뜻에서 비유적으로 생태계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생태계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시스템 관리를 위해서는 외부와 차단되는 것이 더 쉽다. 외부 자원에 의해 생태계가 변형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통제된 상태에서 목적을 이루도록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닫힌 생태계를 만들어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결국 고립된다. 이른바 갈라파고스의 닫힌 생태계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대응해 발전할 가능성, 또는 진화해 외부 환경 변화에 더 잘 대응할 가능성을 막는다. 외부 환경과 함께 상호작용해 외부 환경을 포용하는 형태가 열린 생태계이다. 더 많은 다양성을 포용하고, 급격한 환경 변화에도 더 잘 적응하도록 진화해 생존 가능성이 더 높다. 사실 닫힌 생태계의 정체 상태보다는 열린 생태계의 진화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가 생태계 비유를 이용해 기업 간 관계와 전략을 이해하려는 목적이기도 하다. 
 
기업 간 관계 전략에 대한 연구에서는 열린 생태계의 우월성에 대한 다양한 사례가 이미 소개되어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례는 애플의 운영체계에서는 외부의 개발 과정에 대한 개방성이 떨어지는 반면 IBM 호환 운영체계에서는 외부의 개발 과정에 대한 개방성을 유지했기 때문에 전체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IBM이 우위를 보였고, 우리가 쓰는 개인용 컴퓨터의 상당 부분이 IBM 호환 운영체계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가정용 게임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을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침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닌텐도가 상대적으로 폐쇄적 게임 개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닫힌 생태계는 주도권을 쉽게 뺏기지 않고 잘 관리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방성이 높은 생태계가 갖는 확장성과 유연성, 적응성에 압도되는 취약점을 보인다. 
 
다시 전자책 서점들의 독서 일지, 독서 색인 기능에 대해 생각하면 자사가 판매한 전자책뿐 아니라, 공공도서관에서 대여한 책들, 사립도서관에서 도입한 책들, 다양한 형태의 전자문서들, 심지어 경쟁사에서 구매한 책들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원천에서 소비자가 소비하는 문서 정보들을 포괄하는 관리 기능을 제공하도록 개방하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 그런 기능의 개방성 때문에 해당 서점이 구성하는 독서 관리 생태계는 더 활성화될 수 있고, 부가적으로 가장 정보적 인접성이 높은 해당 서점에서 전자책을 구매하거나 대여할 가능성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외부에 만들어진 정보 관리 도구들에 비해 판매되고 있는 전자책 정보를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능의 구현과 운영이 훨씬 더 쉽고, 사용 편의성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 문제 때문에 그런 솔루션을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고? 단편적이고 편향적인 SNS 영상 정보에 대응해 문자 정보 생태계를 개방형 생태계로 구축해 나가는 것만이 문자 정보 생태계가 위축되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관리의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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