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처구니없는 소동이 불편한 사실 한 자락을 들춰보게 하는 때가 있다. 한덕수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재판에서 감치명령을 받은 이모 변호사가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을 감치한 판사를 향해 “이놈의 ×× 죽었어, 이거” “상판대기 한 번 다시 봤는데 정말 보잘것없이 생겼더라. 정말 변변찮게 생겼더라”라고 말했다. 더 심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세상 참 좋아졌다 싶다. 한편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졌다’던 영국 시인 바이런처럼 이 변호사로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 수도 있다. 계산이 짧은 나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같은 법률가로서 부끄러울 뿐이다.
한덕수의 재판에 김용현이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이 변호사가 증인의 조력자로 동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판사는 이 변호사의 말을 끊고 “이 법정은 방청권이 있어야 볼 수 있다”며 퇴정을 명령했다. 그럼에도 이 변호사가 계속 발언을 하자, 판사는 ‘감치’를 명령하고 법정 밖으로 끌어내게 했다. 당시 재판은 영상 장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우리 헌법은 본문 130개 조와 부칙 6개 조로 이뤄져 있고, 제5장에서 법원에 관한 10개 조를 두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 실질적인 재판에 관한 조문은 1개뿐이다. 나머지는 법원 및 법관의 구성과 권한에 관한 조문이다. 유일하게 헌법 제109조가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공개하는 심리와 판결의 대상과 범위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는 유보 규정을 두지 않았다.
재판 공개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법원의 능동적 의무인 동시에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도구다. 재판 진행을 보기 위해 법정 앞에서 방청권을 얻으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규칙인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은 법정 질서 유지라는 명목으로 재판의 방청과 촬영을 제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대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1990. 6. 8. 선고 90도646)의 판결에서 “공판은 제한된 공간인 법정에서 이를 행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방청하기를 희망하는 국민 모두에게 무제한으로 방청을 허용할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하면서 ‘방청권’을 발행하게 하고 그 소지자에 한해 방청을 허용하는 것은 공개재판주의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방청 신청이 많으면, 법원은 방청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법정 질서를 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90년과 달리 지금은 재판의 실시간 중계가 가능하므로 ‘제한된 공간’ 운운하는 변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누구나 방청할 수 있게 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방청석 수에 해당하는 방청권을 발행케 하고 그 소지자에 한하여 방청을 허용하는” 대법원 규칙은 위헌의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법원은 ‘공개한다’를 ‘원하는 누구에게나 공개한다’로 읽지 않고, ‘아무에게나 공개하면 된다’로 읽는다.
심리는 상세하게 기록되지 않는다. 녹취록 대신 극히 간략하게 요약된 조서만 남는다. 한 문장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 제대로 기록되지 않으므로 심리는 사후에도 공개된다고 할 수 없다. 하급심 판결문은 소극적으로 공개된다. 공개하면 시민들의 감시와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자기들의 권위가 훼손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세간은 의심한다. 재판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가 오히려 재판을 공개하지 않는 동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재판 공개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시혜가 아니라, 법원의 능동적 의무다. 재판 공개 원칙은 사법작용에 대한 민주적 통제이자 공정성 확보를 위해 헌법이 선언한 최후의 보루다. 시민의 참여와 통제가 제한되는 재판은 조선시대 원님 재판과 다르지 않다. 법원은 심리와 판결 선고를 ‘마이 코트(My Court)’에서 하면 족하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감치돼야 할 변호사의 막말은 하나의 소동이지만, 법원의 소극적 재판 공개는 구조적 문제이다.
천경득 변호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