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건설업 불황 속에서 찾는 회복의 신호들
2025-11-28 06:00:00 2025-11-28 06:00:00
최근 길을 걷다 보면 날도 추워졌지만, 공사장 텅 빈 철근 사이로 스산한 기운은 더욱 커진다. 한때 수십 명의 발걸음과 기계음이 뒤섞여 숨 쉬던 곳이지만, 지금은 공사장 차단막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이처럼 건설업계가 겪는 불황은 통계보다 먼저 현장에 스민다. 건설경기실사지수가 66.3까지 떨어졌다는 수치는 그저 숫자일 뿐, 진짜 현실은 무너진 울타리와 닫힌 사무실에 더 가깝다. 올해에만 486개의 종합건설사가 폐업했다는 사실은 그 현장의 침묵을 문서로 옮겨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감은 줄고 원가는 오르고, 버티던 회사들이 하루가 지날 때마다 자취를 감춘다. 1~7월 건설기성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말은, 사람들과 기업이 오랜 시간 쌓아 올린 감정과 기대가 그대로 꺾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재비 지수는 여전히 차갑게 오르고, 하루하루 버티는 현장은 매번 새로운 계산과 걱정 속에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어둠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새벽이 오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곳곳에서 미약하지만 반가운 변화가 들려온다. 내년 국토교통부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는 소식은 차갑게 얼어붙은 시장에 다시 훈풍이 부는 반가운 얘기다.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현장도 멈췄던 움직임을 다시 가져가고 있다. 수년간 멈춰 서 있던 구역들이, 마치 잊었던 숨을 다시 들이마시듯 재정비 절차를 되살리고 있다. '신속통합기획 2.0'이라는 이름의 정책은 행정의 시간을 줄여줘 누군가의 오래된 집도, 낡은 골목도 조금 더 빨리 새 얼굴을 찾게 될 것이다. 
 
자재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는 소식도 위로가 된다. 철근과 강판 가격이 내려갔다는 사실이 단순한 경제 지표의 변화가 아니라, 곳곳의 갈등과 멈춤의 위험이 조금씩 줄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외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은 건설업계에 오랜만에 큰 숨을 들이마실 여유를 준다. 지난해 해외 수주액은 700억달러를 넘었다. 올해 9월까지도 11년 만에 최고 수주액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이 얼어붙는 동안에도, 바다 건너 다른 도시·다른 사막·다른 항구에서는 한국 건설의 기술과 이름이 계속 불리고 있는 셈이다. 그 자체로 버틸 이유가 되고, 다시 도전할 힘이 된다.
 
물론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방의 미분양은 여전히 지역을 짓누르고, SOC 예산 집행은 더디며, 중대 재해 사고는 잊을 만하면 들려온다. 
 
그러나 한국 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자리는 단순한 산업의 비중 그 이상이다. GDP의 4.8%, 취업자 200만 명이라는 숫자 뒤에는 각자의 노력을 바탕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있다. 건설업이 흔들리면, 지방의 작은 장비 업체부터 가족 단위의 하도급 회사까지, 사라지는 생계와 미래가 연달아 흔들린다. 
 
바닥을 찍은 뒤 다시 올라오는 불씨가 누군가의 일터와 삶을 다시 열어줄 수 있다면 그 의미는 절대 작지 않다. 긴 불황 속에서도 현장은 늘 작은 희망을 품고 움직였다. 건설업계를 둘러싼 바람이 비로소 약하게나마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그 바람이 확실한 회복의 계절로 이어지길 바란다.
 
강영관 산업2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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