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이재명정부가 오는 11일 출범 100일을 맞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산업재해 근절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정부는 이달 중 범부처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하반기는 '임금체불 근절'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입니다. 주4.5일제, 정년 연장 등 굵직한 노동 현안도 산적해 있어 정부의 노동정책에 관심이 집중됩니다. 전문가들은 산재 예방과 체불임금 감축 등 공익적 과제를 전면에 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할 집단적 노사관계 비전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취임 초, 산재·임금체불 근절…이달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산재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출범 초기부터 '산재' 근절을 외치며 민주노총 출신 김영훈 노동부 장관을 주축으로 강력한 노동정책 추진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국무회의에서 "사람 목숨만큼 중한 게 어딨겠느냐"며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을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5대 국정 목표 중 하나인 '기본이 튼튼한 사회'의 핵심으로 산재 감축을 선정했습니다. 국정위는 지난해 0.39명인 산재 사고사망만인율을 2030년까지 OECD 평균(0.29명)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 원인으로 '장시간 노동'를 지목하면서 노동시간 단축 방안도 추진할 계획임을 예고했습니다. 이는 '주 4.5일제' 도입 등 노동시간 단축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라 해석됩니다.
정부는 범부처 '원팀' 체제로 중대재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주문하면서 지난 5일 '노동안전 관계 장관회의'를 신설 및 개최했습니다.
산재 예방을 위해 기업에 경제적 제재를 강화합니다. 노동부는 지난달 13일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추진 상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압법)을 개정해 안전·보건 조치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방안을 마련하고 법 위반으로 다수·반복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는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 7월29일 국무회의에서 "상습적, 반복적 사고가 발생했다면 고의에 가까운 것인데 징벌 배상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며 "고액 과징금이라든지 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기업들이 실제 예방에 나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문한 것에 따른 것입니다.
산재 정책을 주도할 조직에도 힘을 실어주는 모습입니다. 당정은 지난 7일 정부조직 개편 방안에서 노동부 내 하부 조직인 산업안전보건본부(산안본부)를 실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산업안전보건 분야를 총괄·조정하는 본부를 신설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정부는 하반기 '임금체불 근절'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지난 2일 범부처 차원의 '임금체불 근절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명단 공개 대상이 되는 체불 사업주의 범위를 현행 3년 이내 '2회 이상 유죄 확정'에서 '1회 이상'으로 확대하고,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법정형을 현행 3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상향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습니다.
정부는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어선 임금체불액을 임기 내 절반 수준인 1조원으로 감축하고, 임금체불 청산율을 9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도 "앞으로 임금체불 사건이 신고될 경우 해당 사업장에서 다른 임금체불이 일어나지 않는지 전수조사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4.5일제·정년 연장…노동 현안 '산적'
노란봉투법 이외에도 법정 정년 연장, 주 4.5일제, 포괄임금제 개정 등 노동 현안이 산적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인공지능 등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정부는 인공지능 등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임금 감소 없는 주4.5일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정년 연장을 위해선 사회적 대화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6년 만에 주요 노동정책을 추진할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복귀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의 실질 적용 방안 마련은 이제 정부의 몫입니다. 노란봉투법은 정부가 마련하는 구체적인 지침 및 매뉴얼 따라 현장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노란봉투법'은 유예기간 6개월을 거쳐 내년 3월10일부터 시행됩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날 "공공과 민간의 간접고용·비정규 노동자를 보호할 법·제도를 마련하라"고 비정규직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정부가 산재·임금체불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공익 차원의 과제를 전면에 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할 집단적 노사관계 비전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이전 정부에서 노동을 등한시하던 기조가 사라진 것 같다"며 "한국 사회의 큰 틀을 받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 문제 등을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산재 예방이나 체불임금 감축은 노사 간 이해관계가 아닌 공적으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문제"라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했음에도 유사한 경제 수준의 다른 국가에 비해 뒤처진 부분을 타겟팅해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목표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노동시장이 유연화되고 새로운 고용 형태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집단적 노사관계도 다양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관련 비전이 구체화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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