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되고 카드사는 안 되고...이종사업 혁신금융 차별
2025-09-09 15:41:08 2025-09-09 19:44:25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당국이 이종 사업에 대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과정에서 은행과 카드업권에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됩니다. 은행권은 알뜰폰·중고차·배달앱 등 전혀 다른 사업의 문을 열어준 반면, 카드업권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신사업 기회를 잡을 통로를 봉쇄시키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알뜰폰부터 배달앱·중고차 판매까지 '비금융' 확장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공고-신청-심사-지정-운영' 5단계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됩니다. 선정된 사업은 혁신성과 소비자 편익 등 필요성을 인정받으면 규제 특례와 정책 지원을 받습니다. 지정 기간은 2년이지만 1회 연장 받으면 최대 4년까지 운영할 수 있으며, 규제 개선 시 최대 1년 6개월 추가 연장도 허용됩니다. 
 
관련법 시행령에 명시된 업무만 수행해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선 법령 개정이나 별도의 금융업 인허가 없이도 신사업의 수익성이나 실효성을 가늠해보고, 정식 부수 업무로 승격 기회까지 얻을 수 있는 셈입니다. 
 
9일 금융당국이 2019년부터 올해까지 지정한 혁신금융서비스 중에서 이종 사업 지정 사례를 취합하면 총 8건입니다. 이 중 주요 시중은행들의 선도가 눈에 띕니다.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지정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인 '리브엠(Liiv M)'이 대표적입니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말 리브엠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받아 본격적인 가상이동통신망(MVNO) 시장에 진출해 금융·통신 융합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2023년 규제 개선 필요성이 인정돼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간을 추가 연장, 이듬해 4월 금융권 최초로 비금융사업이 정식 부수 업무로 인정받았습니다. 
 
KB캐피탈이 운영하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도 2023년에 이어 지난 7월 혁신금융서비스에 재지정되면서 예비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이로써 금융회사가 사실상 중고차 유통시장에 발을 들이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신한은행 역시 2020년 말, 서울시와 손잡고 선보인 공공배달앱 '땡겨요'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처럼 은행권은 비교적 자유롭게 업종에 제약을 받지 않고 혁신금융 지정 문턱을 넘고 있습니다. 당국이 '소비자 편익 증대'와 '금융 혁신'이란 명분 아래 손쉽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결정을 내렸다고 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다른 업권에서는 은행권 신사업 확장에 ‘은근한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규모가 크고 금융소비자 접점이 많다는 이유로 비금융 사업 확장이 쉽게 허용됐고, 덕분에 은행은 단순한 금융 제공자를 넘어서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사업 지형을 확장하는 우호적 배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카드사엔 '관련성' 이중 잣대
 
카드업권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본업인 결제·신용 업무 이외의 이종 사업에 대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사례가 제한적입니다. 앞서 지정된 △신한카드 대안 신용평가 플랫폼(2023년) △우리·현대카드 월세 카드 납부 서비스(2024년)는 비금융 산업에 해당하지만, 본업과의 연관성을 해치지 않은 선에서 진일보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최근 허용된 네이버페이·토스 등 빅테크·핀테크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최선입니다. 
 
카드사가 은행처럼 독자적으로 새로운 영역에서 혁신금융 타이틀을 얻은 경우는 전무합니다. 업계에서도 카드사 자체 사업 확장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기보다 플랫폼 중심 혁신에 보조자로 참여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카드업권의 본업 약화로 존속 위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 주도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이 누적되면서 수익성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동시에 간편결제, 스테이블코인 등 여러 업권의 위협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지 못하면 중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제 올 상반기 카드사 순이익은 가맹점 수수료 감소와 대손비용 증가 등으로 전년보다 18.3% 줄어든 1조225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총채권 연체율도 전년 대비 0.11%p 상승한 1.76%로, 2014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카드사들은 신사업 발굴에 목말라 있지만, 당국 심사 과정에서 '관련성이 부족하다'는 잣대로 번번이 좌절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은행권과 상반된 당국의 규제 잣대에 가로막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신사업 모색이 사실상 정체됐다는 게 카드업권 입장입니다.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는 본래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을 촉진하고, 기존 규제 안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새로운 모델을 시험해보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실제 운영에 있어 은행·캐피탈과 카드업권 사이에서 적용되는 기준의 무게가 확연히 다른 건 개선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에는 쉽게 허용되는 이종 사업이 카드사에는 관련성 부족이라는 이유로 거부된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카드업권 관계자는 "카드사도 소비자 접점이 넓은 업권임에도 혁신금융 기회에서 배제된다”며 “차별적 잣대가 신사업 동력을 꺾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위쪽부터) 2019년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론칭 행사'와 2025년 열린 신한은행 '땡겨요 상생 DAY'에 각사 임원들이 참석했다. (사진=각 사)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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