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품에 안기는 애경산업…뷰티 3대장 명성 되찾나
주 수출국인 중국 경기 하락에…매출·영익 모두 내리막길
화장품 투자 로드맵 확실한 태광산업 등에 업고 도약 준비
B2C 경험 부족한 태광…인수 후 애경 인재 지키는 게 관건
2025-09-09 15:32:12 2025-09-09 16:38:13
 
[뉴스토마토 이수정·이지유 기자] 태광그룹이 애경산업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애경산업이 유동자산만 3조원에 달하는 태광의 지원을 받게 되면 K-뷰티 시장에서 재도약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 관측입니다. 
 
내리막길 걷던 애경산업…현금 총알 가득한 태광으로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의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애경산업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태광 컨소시엄은 애경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63%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인수가는 시가총액(4294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4000억원대 후반이 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광산업은 이날 오전 "아직 매도자 측 공식 통보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공시했지만, 사실상 매각 과정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이번 인수는 애경산업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애경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대폭 하락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은 3224억원으로 전년동기(3427억원) 대비 5.9%, 영업이익은 172억원으로 전년(339억원) 대비 반토막 났습니다. 특히 화장품 영업이익은 전년(223억원)보다 64.5% 감소한 79억원으로 집계되면서 크게 떨어졌습니다. 생활용품 영업이익도 115억원에서 90억원으로 21.6% 감소했습니다. 
 
이 같은 실적 감소는 해외 매출 비중에서 80%에 육박하는 중국 의존도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실제 애경산업이 생산하는 쿠션은 중국 시장에서 79% 수준에 달합니다. 하지만 주요 수출국인 중국 경기가 하향세를 보이면서 애경산업의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진 겁니다. 
 
애경산업 사옥. (사진=애경산업)
 
동시에 지주사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이 300%를 넘어서면서 R&D(연구개발)를 비롯한 재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국내 화장품 시장점유율은 2% 수준까지 하락했고,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과 함께 구축했던 '3강 구도'에서도 탈락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에이피알(APR)과 한국콜마 등 신흥 뷰티 기업은 물론 제약사들의 화장품 시장 공세에도 밀리며 입지가 더욱 좁아졌습니다. 
 
태광은 해외 진출·애경은 투자 숨통…K뷰티 성장세 속 전망 '맑음'
 
양사의 결합은 여러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전망입니다. 태광그룹은 태광산업을 통해 화장품을 비롯한 에너지, 부동산 부문에 오는 2026년까지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태광산업의 유동자산은 2조7692조원으로 애경산업를 지원할 수 있는 총알도 충분한 상황입니다. 
 
또한 애경산업이 지난해부터 '가업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북미 수출 파이프라인 확대는 태광산업의 소비재 해외 진출 동력이 돼줄 수 있습니다. 애경산업은 중국에 쏠린 해외 매출 비중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매출 비중을 2027년까지 43%까지 끌어올리고, 비중국 매출 비중을 40%로 맞추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태광그룹의 자본이 더해지면 애경산업 성장에도 청신호가 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아울러 태광그룹이 자체 보유한 태광홈쇼핑 및 라이브커머스 등과 결합해 소비자와의 접점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간 애경산업의 발목을 잡았던 재투자 부문에 물꼬가 트이면, 이미 구축해둔 해외 수출 체인을 바탕으로 실적 성장 활로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학계에서도 양사 결합 이후 시너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태광이 애경산업을 품게 되면 그동안 B2B 위주였던 사업 구조에서 생활·문화 밀착형 B2C 기업으로 전환할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인수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태광 입장에서는 소비재 영역을 확보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인수 이후 태광산업의 핸들링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태광은 석유·석유화학 등 B2B 중심 기업이라, 화장품·세제처럼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B2C 시장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며 "애경산업을 인수하더라도 기존 인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외부에서 인사를 내려보내 기존 조직을 흔들면 우수 인재 이탈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인수 후에도 애경의 핵심 인력을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이지유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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