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섭단체 대표연설 내가"…정청래·김병기 '신경전'
정청래 요구로 대표연설자 '교체'
'주식 양도세 요건'부터 '검찰 개혁'까지
정청래 취임 이후 원내 역할 가려졌다
2025-09-09 18:20:00 2025-09-09 18:25:35
[뉴스토마토 박주용·김성은·차철우 기자] 집권여당 민주당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자가 김병기 원내대표에서 정청래 대표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초 김 원내대표가 대표연설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정 대표 측의 요구로 순번이 바뀌었습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순번은 애초 김 원내대표였습니다. 하지만 정 대표가 "내가 하겠다"며 김 원내대표에게 사실상 통보하면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자가 교체됐습니다. 국민의힘 경우, 최근 취임한 장동혁 대표가 아닌 송언석 원내대표가 1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섭니다. 
 
당대표가 원내 인사일 경우 원내대표와 돌아가며 연설을 맡는 것이 국회 관례로 통합니다. 직전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열렸던 올 2월에는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설자로 국회 연단에 올랐습니다. 
 
당 내부에선 '정청래호' 출범 이후 원내 주도권이 정 대표에게 넘어가면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됐는데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에 대한 '함구령'이 대표적입니다. 정 대표는 당대표로서 처음 주재한 지난달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논란이 뜨거운데 당내에서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논쟁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이 시간 이후로 이 문제에 대해선 비공개에서 충분히 토론할 테니 의원들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앞서 정부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2025 세제 개편안'에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기자 국내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셌는데요. 이에 당대표 권한대행으로 당을 이끌었던 김 원내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내 '조세 정상화특위'와 '코스피 5000특위'를 중심으로 10억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살피겠다"며 세제 개편안 조정에 여지를 남긴 바 있습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안 파기 사례도 있습니다. 정 대표가 선출되기 전에 국회 운영위원회는 윤리특위 인원을 민주당과 국민의힘 각각 '6대6' 동수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국회 운영위원징인 김 원내대표는 윤리특위를 국민의힘과 동수로 구성하는 대신 오송참사 국조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다만, 정 대표가 오면서 동수 구성에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결국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 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김 원내대표 체제에서 결정됐던 사안을 뒤집은 모양새가 된 것입니다. 사실상 원내지도부 역할을 하며 '칸막이' 없는 행보로 김 원내대표보다 정 대표가 부각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주요 국정 과제인 '검찰 개혁'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김 원내대표 주도로 검찰개혁TF(태스크포스)가 운영되고 있었으나, 정 대표는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새로 꾸렸습니다. 이를 두고 양측이 힘겨루기 중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정 대표가 법사위원장을 하면서 검찰·사법 개혁 등에 모두 연관되는 측면이 있어 본인이 끌고 가려는 마음이 있을 수 있다"며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대표가 검찰 개혁을 비롯해 사법·언론 개혁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며 대통령실에서도 껄끄러운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실에선 우상호 정무수석이 움직인 가운데, 당에서는 김 원내대표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 대표가 정국을 주도하는 상태이지만 대통령실의 뜻에 따라 김 원내대표의 보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이에 대해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인 한 의원은 "당대표와 원내대표 사이의 신경전이나 불화설은 없는 것 같다"면서 "대통령이 있는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의 당대표, 원내대표 역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당내 불협화음에 선을 그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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