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더 많이 양보"…빈손 회동 막은 '이재명'
이 대통령, 여야 대표에 '악수 제안'
야당 대표 말 수긍하며 '화합 정치'
'날 세운' 정청래 향해 '양보' 당부
2025-09-08 18:15:00 2025-09-08 18:41:07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기념 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는 게 가장 큰 책무죠.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대표와의 첫 회동에서 꺼낸 말입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손을 건네며 얼어붙은 정국에 온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실용주의'를 부각함과 동시에 '빈손 회동'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됩니다. 
 
"손 잡고 사진 찍자"…냉랭한 기류 깬 이 대통령
 
오후 12시부터 80분간 이어진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은 국회에서의 첨예한 대치와는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됐습니다.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이 대통령이었습니다. 
 
빨간·파란·흰색이 섞인 넥타이를 착용한 이 대통령은 본격 회동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할 때부터 "손을 잡고 찍으면 어떨까" 하고 제안했습니다. 앞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내란 세력과는 악수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뒤 여야 당대표의 '악수'에 시선이 쏠렸던 터라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은 화합을 위한 제스처로 읽힙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다소 날카로운 발언을 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말을 여러 번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여야 대표 회동 전 이 대통령과 정 대표와의 30분간 단독 회담에 대해 직접 설명하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장 대표는 "취임 100일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증가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대통령보다 특검이 더 많이 보였다"며 "국회도 '야당은 없고 여당, 민주당, 한 당만 보였다'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연이어 국내 기업 환경 악화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우려, 최근 당정이 발표한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한 반대 등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더 세게 할 줄 알았다"며 긴장감을 푸는 농담을 던졌습니다. 이어 모두발언에서 "저는 민주당의 대통령,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긴 하지만 이제는 국민의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여야가 국민들이 보기에 너무 과하게 부딪히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지 아니면 특정한 이익을 위해서 하는지를 걱정하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대표를 향해서는 "여당인데 더 많이 가지셨으니까 좀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정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야당 대표와 단독 회동…이 대통령 "정치 사법화 우려" 화답
 
이 대통령은 여야 대표와 만난 뒤 오후 1시20분부터 장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가졌는데요. 30분간의 비공개 단독 회동과 관련해 박성훈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치 복원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서 "획기적인 청년 고용정책,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 조정, 지방 건설 경기 활성화 등 구체적인 민생 정책 제안에 이 대통령은 '관련 부처와 협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씀했다"고 전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무리한 '야당 탄압'과 '내란 몰이'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은 '만인의 투쟁으로 번져서는 안된다', '정치 사법화를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야당의 입장을 일부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에 정 대표는 "장 대표와 악수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감사드린다"며 "대통령께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피스 메이커, 페이스 메이커'라고 말했는데, 오늘은 '하모니 메이커가(harmony maker)'가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수현 대변인은 "정 대표는 여당 대표로 여야 간 협치와 조화를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하모니'란 말에 담은 게 아닐까 싶다"면서 "주도적으로 경색된 정국을 풀어낼 책임이 여당 대표에게 더 많은데도 그것을 대통령이 풀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에 대한 감사와 죄송함, 다짐이 함께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습니다. 
 
한편 이번 회동은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 김병욱 정무비서관, 민주당에서는 정 대표와 한민수 당대표 비서실장,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참석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장 대표를 비롯해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자리했습니다. 
 
오찬 테이블 위에는 화합을 상징하는 메뉴가 올라왔습니다. 오찬 메뉴는 비빔밥과 배추된장국, 한우살치살양념구이와 참송이버섯, 민어사슬적과 어린잎채소, 해산물냉채와 토마토절임, 구운밤과 타락죽 등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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