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덜 가공할수록 더 빠진다"…체중 감량의 열쇠는 '가공도'
초가공 식품 줄이자 체중 감량 두 배…식이 지침 준수해도 차이 뚜렷
2025-08-07 10:05:59 2025-08-07 15:01:00
(사진=챗GPT 생성)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얼마나 먹느냐'보다 '얼마나 가공됐느냐'에 달렸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런던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 연구진이 진행한 세계 최장기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 UPF) 대조 임상시험에서 동일한 영양 성분을 갖춘 식단을 섭취했음에도 최소가공식품(Minimally Processed Food, MPF)을 섭취한 참가자들이 두 배의 체중을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지난 4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됐으며, 초가공식품과 체중 증가 간의 인과관계를 실생활 조건에서 실험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장기 연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덜 가공된 식단, 체중 감소량 '2배'
 
이 연구는 체질량지수(BMI)가 25~40 사이인 영국 성인 55명을 대상으로 8주간 MPF 또는 UPF 식단을 섭취하게 하고, 4주간의 휴식기 후 식단을 바꿔 다시 8주간 실험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모든 식단은 영국 보건당국의 식이 권장안(Eatwell Guide)을 따랐으며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섬유질, 나트륨 등 영양소를 일치시켰습니다. 참가자들은 배달된 식사를 제한 없이 섭취했습니다. 
 
그 결과, MPF 식단을 섭취한 참가자들은 평균 체중이 2.06% 감소했는데, UPF 식단을 섭취한 경우는 1.05% 감소에 그쳤습니다. 이는 일일 평균 칼로리 섭취량이 MPF 그룹에서 약 290㎉, UPF 그룹에서는 약 120kcal 줄어든 결과로 해석됩니다. 이는 1년 기준으로 남성은 최대 13%, 여성은 9%에 달하는 체중 감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치입니다. 
 
식욕 억제 능력도 MPF 식단이 UPF 식단보다 탁월
 
이 연구가 밝혀낸 것은 단순히 체중 감소 효과만이 아닙니다. MPF 식단은 참가자들의 식욕 조절 능력, 특히 짠맛을 지닌 음식에 대한 갈망을 줄이는 데도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실험 전후로 식욕 및 식이 충동을 측정하는 식욕 조절 척도(The Control of Eating, CoEQ)와 맛있는 음식에 대한 동기 척도(The Power of Food Scale, PFS) 설문에 응답했습니다. MPF 식단은 음식에 대한 전반적인 갈망 조절 능력에서 두 배, 짠 음식 갈망에서는 무려 네 배의 향상을 보였습니다. 이 연구의 제1저자인 사무엘 디켄(Samuel Dicken) UCL 비만연구센터 박사는 "체중이 줄면 오히려 식욕이 올라가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MPF 식단에서는 오히려 갈망이 줄었다"라고 덜 가공된 식품의 식욕 억제 능력을 강조합니다. 
 
초가공식품도 영양만 맞추면 괜찮을까…"NO"
 
이 연구에서 더 흥미를 끄는 것은 실험에서 제공된 UPF 식단 역시 영양학적으로는 완전한 건강식이었다는 점입니다. 초가공 식품 식단도 채소와 과일, 섬유질이 포함된 식단으로,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비율도 적정 수준이었습니다. 즉 UPF라도 영양소만 맞추면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일견 타당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체성분 분석 결과, MPF 식단에서는 지방량과 내장지방, 체수분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지만, UPF 식단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체중이 줄었어도 지방이 줄지 않았다는 점은 '질적인 감량'에서 MPF가 우세함을 보여줍니다. 
 
 
MPF 및 UPF 식이요법에서의 체중 변화율. (사진=네이처 메디신)
 
혈압·혈당 등 대사 지표 개선 효과는 엇갈려
 
각종 건강 지표 변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MPF 식단은 혈압과 중성지방 감소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고, UPF 식단은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과 공복 혈당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그러나 두 식단 간 큰 차이는 없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이것은 체중 변화에서는 커다란 차이를 보였지만, 8주라는 짧은 기간 내에는 대사적 이점까지 확실히 비교하긴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보고한 이상반응에서도 MPF와 UPF 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두 식단 모두 경미한 소화기 이상 반응이 있었지만, UPF 식단에서 변비, 피로감, 수면장애, 위산역류 등 불편함이 더 자주 보고됐습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이 장내 미생물 환경 및 위장 건강에 대한 UPF의 잠재적 해악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초가공 식품, 문제는 '과잉가공' 그 자체
 
초가공 식품은 본래 식품에서 멀리 떨어진 화학적 성분(유화제, 감미료, 보존료 등)을 결합해 대량 생산된 공산품입니다. 대표적으로 시리얼, 식사대용 바, 냉동식품, 공장제 과자류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특히 이들 식품은 맛을 강화한 고에너지 밀도 음식으로, 빠른 섭취를 유도하고 포만감을 줄이는 방식으로 과식을 유도합니다. 크리스 반 툴레켄(Chris van Tulleken) UCL 면역학 교수는 "문제는 영양소 자체보다도 식품이 가공되는 방식에 있다"며 "초가공 식품은 환경적으로도, 생리적으로도 비만을 유도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차이를 설명합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식이 지침에서 영양소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가공도까지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영국 보건당국의 식품 가이드라인은 초가공 여부를 고려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구진은 "식단 선택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전가해선 안 된다. 다국적 식품 기업들이 만든 '저렴하고 자극적인' 식품 환경을 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가공도 기준을 반영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영국 정부의 식이 지침(Eatwell Guide)은 △과일·채소 △통곡물 △저지방 유제품 △저당·저염 식품 등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 연구의 공동저자인 레이첼 배터햄(Rachel Batterham) UCL 비만연구센터 교수에 따르면 "식이 지침의 모든 권장 사항을 준수하는 영국 인구는 1% 미만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중 절반 미만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번 연구는 비만을 예방하고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 전략으로 덜 가공된 식품을 선택하고, 직접 조리하는 습관을 들 것을 촉구합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려면 식단의 가공도를 낮추는 것이 출발점이다. 더 천천히, 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는 사무엘 딕큰 박사의 말은 단순히 체중 감량이 아니라 건강 전반을 생각한다면 꼭 귀담아들어야 할 조언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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