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마디에…'8월 금리 인하론' 확산
"관세 부담 덜었다"…'인하론' 대 '동결론' 팽팽
9월 미 금리 인하 초읽기에 봇물 터진 인하론
2025-08-08 15:50:57 2025-08-08 19:16:5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한국도 '8월 인하론'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관세 협상이 잘돼 8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큰 부담을 덜었다"라는 통화당국 수장의 한마디에 시장의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입니다.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두고 유독 기준금리 '인하론'과 '동결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금리 인하 딜레마에 빠졌던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 단행에 나설지 주목됩니다. 
 
"9월엔 미국도 금리 내린다?"…한국도 '8월 인하' 무게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합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입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경기 부양 등을 이유로 총 4차례(총 1%포인트) 금리를 낮췄으며, 올해 1월과 4월, 7월엔 동결한 바 있습니다. 
 
최근 마지막 회의였던 7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고삐 풀린 서울 집값이었습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에 집중된 집값 상승 속도가 지난해 8월보다 빠르다"며 "정도로 따지면 지금이 더 경계감이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단 한 차례 숨 고르기 하며 6·27 대출 규제 효과로 주택시장 과열이 진정되는지 지켜본 후 추가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을 결정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달 금리 인하를 점치는 시각이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지난달 금리 동결의 원인이었던 서울 집값과 가계부채가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6월 넷째 주 0.43%까지 치솟았으나, 6·27 대출 규제가 전격 시행되면서 5주째(7월28일 기준) 둔화하고 있습니다. 또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도 지난달 말 기준 4조원대에 그치면서 넉 달 만에 둔화했습니다. 
 
여기에 9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도 8월 인하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보다 7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미국의 고용 쇼크는 경기 둔화 시그널로 해석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습니다. 때문에 한국에서도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안정 집중 '매파적' 신호…8월 '동결' 전망도 
 
이런 가운데 이 총재의 발언은 8월 인하론에 힘을 싣는 해석으로도 읽혔습니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한은 방문 자리에서 "최근 한·미 관세 협상이 잘돼 8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큰 부담을 덜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8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한·미 무역 협상은 한은이 금리 정책을 설계하는 데 있어 주요 변수 중 하나로 여겨왔는데, 협상 타결로 대외 불확실성이 낮아진 만큼 금리 인하로 경기 둔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8월 인하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시선입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총재의 발언을 동결로 읽는 분위기가 있지만, 평균 관세율 15%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국내 경제 성장을 고려하면 8월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동결론'을 주장하는 의견도 팽팽합니다. 이 총재의 발언은 '매파적' 신호로, 관세 협상 타결로 대외 변수의 예측 불확실성이 줄었으니, 금통위가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러면서 10월 인하설에 무게를 싣습니다. 집값 상승 폭은 줄었으나 완전히 꺾였다는 판단은 시기상조이며, 10월 금통위가 이례적으로 월말에 열려 더 많은 데이터를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수도권 주택공급 제약 등을 고려할 때 상당 기간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총재 발언은 정황상 매파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있다"며 "성장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한다면 8월 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크지만, 인하 시 한·미 금리차가 최대치를 경신할 수 있어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을 방문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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