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제조업 침체에 채용시장도 울상
취업자 1년 넘게 감소…'채용 한파'에 HR업계 신사업 실험
잡코리아 올 상반기 채용공고 24% 감소
2025-07-28 16:44:29 2025-07-28 17:00:52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건설·제조업 등 전통 산업의 침체에 국내 채용 시장도 울상입니다. 채용 수요 급감 여파로 인적자원(HR) 플랫폼 업계가 실적 부진에 직면한 것인데요. 신사업 확대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2909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만3000명(0.6%)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증가 폭입니다.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 취업자는 각각 9만7000명, 8만3000명 줄며 14개월,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국내 고용 창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이 흔들리면서 HR 플랫폼에 미치는 파장도 커졌습니다. 업계 1위 잡코리아의 올해 상반기 채공 공고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7% 감소했습니다. 
 
국내 주요 HR 플랫폼들은 기업의 채용 공고 게시 및 구직자의 이력서 등록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이 같은 구조 속 채용 수요 자체가 줄자 광고, 검색, 유료 공고 등 주요 수익원에 직격탄이 날아들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내수 위축 등으로 전반적인 채용 규모가 축소된 경향이 있었다"면서 "기업들은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신규 채용보다는 경력 인재를 선호하면서 신입 채용 시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람인(143240)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283억원, 영업이익은 21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 15.8% 감소했습니다. 특히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급감했습니다. 같은 기간 커리어 플랫폼 부문 매출도 14.2% 줄었습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낙폭을 두고 고용 한파에 따른 수요 둔화 본격화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잡코리아는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역시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잡코리아가 지난해 약 1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크루트는 지난해 매출이 343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000만원에 그쳤습니다. 서비스 연구개발 비용 부담이 늘어난 반면 자체 커리어 콘텐츠나 구직자 유료 상품 수요는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중소 플랫폼의 상황은 더욱 어렵습니다. 원티드랩(376980)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1.2% 줄어든 79억원에 머물렀고, 영업손실은 12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습니다. 원티드랩의 경우 IT 개발자 수요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지만, 여타 기업들의 신규 채용 자체가 줄어든 것 또한 타격을 줬습니다. 특히 업계 전반에 걸쳐 수시채용·경력직 중심으로 고용 트렌드가 굳어지는 구조적인 침체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반기 고용시장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 일부 서비스업에서 민간소비 회복과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로 채용 수요가 반등할 가능성을 기대하지만, 제조업 등 전통 산업계에선 상반기 수출 부진과 성장률 둔화의 여파가 이어지며 회복 속도가 느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고용부의 '2025년 상반기 직종별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올해 2·3분기 기업들의 채용 계획 인원은 총 47만명으로 전년보다 5만1000명(9.7%) 감소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HR 플랫폼들의 비즈니스 모델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구직자 유입이 줄고 기업들의 광고 지출도 위축되면서 주요 수익원이 동시에 흔들리자 HR 플랫폼 업계 전반이 현재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중인데요. 
 
실제로 사람인은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데이팅 앱 '비긴즈'와 타로·사주 콘텐츠 '포스티니'를 출시했고, 잡코리아는 디지털 명함 앱 '눜'을 통해 B2B·네트워킹 영역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크루트는 온라인 시험 솔루션 '고사장'을 통해 B2B 평가 시장에 진출했고, 원티드랩은 대기업을 겨냥한 AI 기반 구독형 서비스 'LaaS(LLM as a Service)'를 선보였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실질적인 트래픽 유입이나 수익성 확보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이들 신사업이 대체로 커리어 플랫폼 본업과의 연계성이 약하고 브랜드 이질감이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서 이어간다는 입장인데요. 청년층 고용 둔화, 제조업 기반 일자리 축소 등 구조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채용 서비스 사업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진단입니다. 
 
HR업계 관계자는 "현재 채용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지만 채용 시장은 경기와 맞물려 순환적인 회복 사이클을 보인다"며 "지금은 본업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AI와 데이터 기반 솔루션을 고도화하는 등 구직자 가치사슬 전반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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