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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24일 17:2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이차전기 기업 천보의 자회사 지분 인수에 나선다. 기존 플랫폼 위주 투자에서 AI와 이차전지 등 신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전환된 데 따른 투자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벤처투자에서 본 가능성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적용한 새로운 투자 상품도 개발하면서 그룹 투자 선발대로서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 투자전략, 내수 중심서 신기술로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는 이차전지 기업
천보(278280)의 자회사인 천보비엘에스 전환사채(CB)를 인수한다. CB 규모는 1500억원으로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천보에 이은 2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전망이다.
천보비엘에스 군산공장 기공식 (사진=새만금개발청)
천보비엘에스는 2021년 설립된 2차전지 전해액 소재 전문 기업이다. 천보비엘에스는 오는 2027년까지 연 3만5000톤 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22억원 영업손실과 205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자금조달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상업생산 초기로 대출이나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엔 한계가 있어 미래에셋벤처투자가 백기사로 나선 것이다.
이번 CB 인수엔 미래에셋벤처투자의 ‘SKS미래에셋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 합자회사(이하 펀드)’ 자금이 사용된다. 지난 2019년 설립된 이 펀드는 2070억원 규모(2024년말 기준)로 미래에셋벤처투자 PE사업부의 운용 펀드 중 가장 크다. 주요 앵커LP(주축 출자자)는 교직원공제회로 펀드에 1000억원을 출자했다.
이 펀드는 지난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웨이브 투자를 마무리했다. 지난 2019년 특수목적법인(SPC) SKS미래에셋콘텐츠를 통해 2000억원 규모 CB 인수를 통해 지분투자했다. 본래 웨이브의 기업공개(IPO)가 목표였지만 IPO가 난항을 겪으면서
SK스퀘어(402340)와
CJ ENM(035760)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해당 투자로 펀드는 50%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다만 애당초 웨이브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최대 2조원까지 평가됐고 CB 주식 전환 시 확보 지분이 21%였던 점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이차전지와 AI와 같은 신산업 투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이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룹 투자 선발대로 존재감 키우는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운용자산(AUM)은 2021년 1조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 1조7259억원 규모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미래에셋벤처투자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룹 핵심인 미래에셋증권의 AUM 390조원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작은 규모 덕분에 신사업에 먼저 진출하면서 시선을 끈다. 특히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장남인 박준범씨가 현재 미래에셋벤처투자 선임 심사역으로 재직 중이라는 점에서 힘을 받는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 투자도 미래에셋벤처투자가 맡았다.
(사진=미래에셋금융그룹)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최근 이차전지와 더불어 AI를 비롯한 신산업 전반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2020년까지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여기어때(67억원)나 헤이딜러(28억원)과 같은 플랫폼 기업에 주로 투자해왔다. 하지만 웨이브의 투자에서 엑시트에 예상 밖 난항을 겪으면서 플랫폼 기업 투자에서 신기술 투자에 비중이 더해지고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세미파이브와 루닛 출자를 시작으로 2020년엔 엘엔로보틱스에 투자를 진행했다. 이어 2021년과 2022년에도 AI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 엑시나에 투자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AI관련 기업 투자비중은 2020년 14%에서 2024년엔 43%로 늘었다.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지분투자를 통해 시장의 가능성을 감지한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주력 계열사에도 신기술을 접목시키기 시작했다. 미국 ETF 운용 자회사 글로벌엑스(Global X)를 통해 그룹 최초 AI 기반 상품인 ‘글로벌엑스 투자등급 회사채 상장지수펀드(Global X Investment Grade Corporate Bond ETF, GXIG)’를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AI 모델의 분석을 토대로 투자 매력이 있는 종목을 선별해 투자는 전략을 취하며 AI기업 웰스스팟(Wealthspot)의 AI투자 모델 GXIG를 적용해 투자를 운용한다.
현재로서는 미래에셋벤처투자 자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 주도의 AI 펀드 조성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앞서 실제적인 투자 집행과 전문성을 확보한 미래에셋벤처투자가 그 미래에셋금융그룹 핵심 계열사로 부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정부주도의 AI 관련 펀드가 조성뿐만 아니라 주요 기관투자들의 AI 관련 LP 출자사업 등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미래에셋벤처투자는 그동안의 AI 밸류체인 투자 레코드를 기반으로 각종 펀드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고 AI 관련 투자 선봉장 역할이 기대된다"라고 진단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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